오바마 자서전 2권 진위 논란… ‘담대한 왜곡’?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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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서 궁핍’ ‘친할아버지는 무슬림’… 언론인 책과 30곳 이상 내용 달라 의문

‘대선 승리를 위해 내용을 유리하게 바꾼 것인가, 성장 과정에 대한 희미한 기억 때문인가.’

워싱턴포스트 기자 데이비드 매러니스가 지난달 말 ‘버락 오바마: 더 스토리’를 출간한 이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직접 쓴 두 권의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담대한 희망’이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폭스뉴스는 오바마의 두 자서전과 매러니스의 책을 비교한 결과 최소 30곳 이상의 내용이 다르다고 17일 보도했다. CBS방송도 이날 “매러니스의 책이 나온 후 오바마 자서전이 심층 분석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일부 내용의 진위가 논란거리”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오바마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케냐에 살았던 흑인 친할아버지가 이슬람 신자였다고 밝혀 당시 ‘미국의 반이슬람주의에 맞선 용기 있는 고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매러니스는 케냐에서 주변 인물들을 인터뷰한 결과 오바마의 친할아버지가 기독교 신자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오바마는 자서전에서 어린 시절 어머니와 떨어져 하와이에서 조부모와 경제적으로 힘들게 살았다고 밝혔지만 매러니스는 오바마가 하와이의 사립 초중고교를 다닐 정도로 풍족했다고 썼다. 오바마는 자서전에 컬럼비아대 졸업 후 뉴욕에서 백인 여자친구를 사귀면서 인종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적었지만 매러니스는 백인 여자친구가 “오바마가 자서전에서 나와의 관계를 상당 부분 과장하거나 없는 얘기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고 썼다.

워싱턴포스트 부국장으로 1992년 빌 클린턴의 대선 도전기를 취재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매러니스는 이 책을 쓰기 위해 4년 동안 자료를 모으고 400명의 오바마 주변인물을 인터뷰했다. 책은 오바마가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하기 전인 27세 때까지의 삶을 담고 있다.

매러니스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책을 출간하기 전 오바마를 만나 내용 차이를 알리자 오바마는 ‘어린 시절 이야기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2010년 오바마 관련 저서를 냈던 뉴요커의 데이비드 렘닉 기자는 “오바마가 ‘역경을 딛고 성공한 혼혈 흑인의 성공 신화’를 강조하기 위해 자서전의 일부 내용을 빼고 넣는 식으로 바꾼 듯하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 3개월 전인 2008년 8월 펴낸 ‘담대한 희망’은 자신의 정치 철학을 담고 있다.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은 1995년 인권변호사로 일할 당시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쓴 책으로 2004년 개정판이 나왔다. 모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오바마 대통령의 2008년 대선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오바마 자서전#진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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