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더 앉던 의자, 벽엔 유화… 60년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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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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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다이이치 생보사 6층 사령관 집무실 개방 행사
아침부터 노년 관람객 행렬 “日전쟁세대에게 그는 영웅”

17일 일본 도쿄 다이이치 생명보험 본사 6층에 보존된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사령부 최고사령관의 집무실에서 일본 여성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17일 일본 도쿄 다이이치 생명보험 본사 6층에 보존된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사령부 최고사령관의 집무실에서 일본 여성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17일 오전 8시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 유라쿠(有樂) 정의 다이이치(第一) 생명보험 본사 로비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건물 6층에 보존된 더글러스 맥아더 전 유엔군사령부 최고사령관의 집무실을 보려는 이들이었다. 다이이치 생보가 창립 11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이번 행사는 대성황이었다. 맥아더 사령관이 일본 땅을 떠난 지 올해로 6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본 사람들의 마음에는 ‘맥아더 향수’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일주일 동안 진행되는 개방 행사 첫날부터 관람객이 폭주하자 회사 측은 예정보다 1시간 앞선 오전 9시 반부터 문을 열었다. 지바(千葉) 현에서 출장 온 50대 남성은 “도쿄 역에 도착해 맥아더 사령관의 집무실 공개 사실을 알았다. 업무 시작 전에 역사적 현장을 보려고 달려왔다”고 말했다.

54m² 크기의 집무실에는 맥아더 사령관이 사용했던 책상과 의자, 유화 2점(‘아드리아 해의 어선’, ‘썰물’)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다. 미국 호두나무로 마감한 벽과 회색 카펫도 그대로였다. 하얗게 닳은 의자의 가죽과 빛바랜 유화가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했다.

관람객은 대부분 60세 이상이었다. 맥아더 사령관의 흉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유화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맥아더 사령관 시절의 사료(史料)를 볼 때는 얼굴에 흥미로운 기색이 완연했다. 안내원은 “맥아더 사령관에 대해 호불호(好不好)가 갈리지만 전쟁을 경험한 세대는 대부분 그를 ‘히로(hero·영웅의 일본식 발음)’로 여긴다”고 귀띔했다.

연합군은 1945년 종전 후 도쿄의 한가운데, 일왕이 사는 왕궁 바로 옆의 다이이치 건물을 사령부로 지정해 약 6년간 사용했다. 맥아더 사령관은 이곳에서 왕궁을 내려다보며 일본 개조 구상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층 로비에는 맥아더 사령관이 1950년 전후 일본에서 찍은 사진이 전시돼 있었다. 관람객들의 시선은 특히 초등학생들이 밥그릇을 들고 웃고 있는 사진 앞에 머물렀다. 사진 아래에는 일본 아동들의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맥아더 사령관이 “급식의 질을 높이라”고 지시했다는 설명이 달려 있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맥아더#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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