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밥값 못하는 의회… 처리법안 戰後 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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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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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남았는데 106건 통과… 직전 회기의 30%도 안돼
민주-공화 이념싸움 골몰… 신뢰도 한때 9%까지 추락

지난해 1월 3일 회기를 시작해 내년 1월까지 2년 동안 열리는 미국 112대 의회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의회에서 통과된 법안 수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인 데다 의회 양극화지수는 최고를 기록하면서 국민 신뢰도가 최저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갤럽이 지난달 미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112대 의회에 대한 신뢰도는 17%에 불과했다. 그나마 지난해 10월 뉴욕타임스·CBS방송 공동 여론조사에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한 미 국민의 신뢰도와 똑같은 9%로 곤두박질친 것보다는 낫지만 역대 의회 신뢰도에 비하면 바닥권이다.

의회가 국민에게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시기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초기, 2001년부터 2년 동안 열린 107대였다. 9·11테러가 일어나고 한 달 뒤인 2001년 10월 조사에서는 무려 83%의 응답자가 의회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112대 의회 지지율 17%는 과거 정치적으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대통령들에 대한 지지도보다 낮은 수준이다. 1974년 8월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을 당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24%였다. 2009년 1월 퇴임 직전의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22%의 지지를 받았다.

112대 의회에 대한 낮은 신뢰도는 대선을 앞둔 민주 공화 양당이 이념싸움에 골몰한 나머지 일은 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의 표현으로 보인다. 실제로 112대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은 현재까지 106개. 아직 5개월가량 임기가 남아있지만 바로 전 111대 국회가 2년 동안 처리한 총 법안 383개에 비하면 현저히 적은 수준이다.

이대로 가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 문제를 놓고 의회가 양분돼 싸우면서 1947년 이후 최소 법안을 통과시켰던 104대 국회(1995년 1월 3일∼1997년 1월 3일)의 333건 기록도 갈아 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다 조지아대의 올해 조사에 따르면 의회 구성원들이 보수, 진보로 갈려 대립하는 ‘양극화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양측의 강경파들이 힘을 얻는 가운데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중도적 견해로 완충작용을 하는 의원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말이다.

1789년 3월 1대 의회(상원의장 존 애덤스)가 개원한 후 미 의회는 2년마다 새로운 의회를 구성해 현재 112대(상원의장 조지프 바이든) 의회가 활동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11월 6일 대통령과 함께 2년 임기의 연방 하원의원 전원과 6년 임기의 연방 상원의원 3분의 1을 새로 뽑는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미국#미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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