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판 짜는 日정계 ‘하시모토 태풍’ 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5일 03시 00분


“총선 300명 출마” 후보 공모
국민, 민주-자민 체제 염증… 제3세력에 표 쏠릴지 관심
오자와파 “11일 신당 창당”

하시모토 도루(橋下徹·43·사진) 일본 오사카 시장이 이끄는 지역정당 ‘오사카 유신회’가 이달 내에 차기 총선을 겨냥한 ‘후보자 공모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신당 창당을 모색 중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와 비주류 정당들은 하시모토 시장과의 연대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일본 집권 민주당에서 탈당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계파 의원들은 4일 일본 중·참의원에서 회파(원내교섭단체)를 결성한 데 이어 11일에는 신당 설립 총회를 열고 오자와 전 민주당 대표를 당수로 추대하기로 했다. 일본 정계에 조기 총선 전망이 커지면서 ‘제3세력’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4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하시모토 시장은 차기 총선에 후보자 300명을 내세워 전국 정당으로 올라선다는 계획 아래 이달 중 후보자 공모를 시작한다. 후보자는 오사카유신회 정치숙에서 양성하는 ‘예비정치인’과 전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관료 등 ‘즉시 가용 전력’이 투입될 예정이다. 현직 국회의원도 추천 대상이다.

오사카를 수차례 방문해 하시모토 시장과의 연대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시하라 지사는 2일 도쿄의 수도 기능 일부를 오사카로 옮기자는 제안까지 내놓았다. ‘일본제일 아이치회’를 이끄는 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 아이치 현 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중의원 해산 및 차기 총선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에 대해 하시모토 시장 등 동지들과 정보를 교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정치권과 언론은 ‘제3세력’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각종 언론 설문조사에서 차기 총리 1순위로 꼽히며 인기를 얻고 있는 하시모토 시장의 파괴력 때문이다. 민주당이 집권 3년 만에 소비세와 복지 등 핵심 정책에서 자민당과의 차별성을 잃으면서 변화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제3세력’에 모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가와토 사다후미(川人貞史·정치학) 도쿄대 교수는 “현행 소선거구제도에서는 민주당과 자민당 2대 정당 외에는 의석을 얻기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민주당이 자민당과 다를 바 없는 정책으로 전환했고 자민당에도 국민을 만족시킬 새로운 정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양대 정당의 대립축이 사라졌기 때문에 제3세력의 공간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시모토 시장도 이를 감안해 기성 정당과의 대립각을 확실히 세우고 있다. 4월 민주당의 원전 재가동 추진에 반대해 “정권 타도”를 선언한 데 이어 2일 오자와계 의원의 집단 탈당에 대해 “민주당은 중의원 선거에서 4년간 소비세를 올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통치의 왕도는 속이지 않는 것이다”며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차기 총선 쟁점이 ‘기성정당 대 개혁세력’ 구도로 흘러가면 민주당과 자민당은 모두 고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1993년 ‘7당 1회파’를 규합해 비(非)자민 연립정권을 발족했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전 대표가 승부수를 띄운 이유 중 하나도 이런 상황 분석과 무관치 않다. 오자와 전 대표는 이날 사민당과 정책 연대에 합의했다. 올 초 민주당을 탈당한 신당 기즈나 소속 중의원 의원 9명과도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오자와의 오랜 정치적 동지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는 이날 민주당 의원 25명이 참석한 가운데 ‘증세 반대 의원 모임’을 만들어 민주당의 추가 분열 가능성을 예고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하시모토#제3세력#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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