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액 얼룩진 ‘홍콩반환 15돌’… 시위-진압으로 기념행사 막내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홍콩의 중국 반환 15주년 행사가 반중(反中) 시위와 경찰의 최루액 발사로 점철된 채 막을 내렸다. 1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수만 명의 시위대가 홍콩 시내에서 민주주의 보장 등을 외치며 가두행진을 벌였다. 일부 참가자는 중국 반환 전에 쓰이던 홍콩 깃발을 내걸기도 했다.

이번 시위는 홍콩의 중국화가 가속화하는 데 따른 불만과 함께 신임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의 불법 건축물 스캔들, 반체제 인사 리왕양(李旺陽) 타살 의혹 등이 더해져 규모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시위에 참가한 재키 림 씨는 AFP통신에 “15주년을 축하할 만한 이유가 전혀 없다. 홍콩은 공산당에 의해 파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5년 만에 홍콩을 방문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주권반환 15주년 기념식 및 제4기 홍콩정부 출범식에 참석해 “일국양제(一國兩制)는 홍콩의 장기적 번영과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홍콩은 역사상 어느 때보다 민주적인 권리와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후 주석의 연설 도중에 한 남성이 갑자기 “6·4 톈안먼(天安門) 사건을 재평가하라” “일당 독재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다 경비원에게 끌려 나가는 등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또 행사장 밖에서는 시위대가 렁장관의 사진을 불태우며 “공산당과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후 주석의 숙소 인근에서 시위대가 확성기로 톈안먼 사태 재평가 등을 요구하며 2m 높이의 차단벽을 부수려다 2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최루액을 발사했다. 같은 날 홍콩 일간지 핑궈일보의 기자는 크루즈 터미널을 둘러보던 후 주석에게 “홍콩인들은 6·4사건의 재평가를 원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돌발 질문을 던졌다가 15분 동안 경찰에 붙잡힌 뒤 풀려나기도 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홍콩#중국 반환 15주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