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무바라크 앞에서 선서한 무르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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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첫 민선대통령 취임식
구체제 상징 헌재에서 열려

‘민주화혁명 이후 선출된 대통령이 쫓겨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임명한 재판관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다.’

지난달 30일 열린 무함마드 무르시 신임 이집트 대통령의 공식 취임식은 무슬림 대통령과 군부 간 진행되고 있는 힘겨루기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정장 차림에 붉은색 넥타이를 맨 무르시 대통령이 이날 취임 선서를 한 곳은 헌법재판소. 과거 이집트 대통령들은 의회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해 왔다. 무르시 대통령도 이를 희망했다. 하지만 헌재가 지난달 14일 선거 과정의 불법을 이유로 하원 해산을 결정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아무도 없는 의회 대신 다른 장소를 물색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9년 7월 임명된 파루크 술탄 소장을 비롯해 선서를 받는 재판관 전부가 무바라크에 의해 임명된 인사들이어서 무르시 대통령의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결국 이집트 최초의 민선 대통령인 무르시 대통령은 방청석이 텅 빈 헌법재판소 안에서 찡그린 얼굴로 맞은편에 앉은 술탄 소장 등 재판관 19명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술탄 소장은 대통령을 향해 “이집트 최고의 사법기관에 오신 걸 환영한다. 당신이 이곳에 온 사실이 (대통령이) 이집트 헌법과 법률을 떠받치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속을 긁었다. 이에 대해 무르시 대통령은 선서가 끝난 후 취임사에서 “사법부와 입법부를 존중한다. 이 두 권력 체계가 모든 대통령의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라며 3권 분립을 강조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무라바크#이집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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