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IRA ‘30년 앙금’ 풀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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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독립투쟁 사령관의 만남
희생자 의식 생중계는 안해

북아일랜드를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27일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전 사령관이자 현재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2인자인 마틴 맥기니스 부총리를 만난 것은 양측 화해의 새로운 이정표가 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IRA는 2005년 영국으로부터의 분리 독립 운동을 중단하고 무장 해제를 선언했지만 아직도 IRA의 이 같은 결정에 반대하는 강경파가 없지 않다. IRA를 대변하는 정당인 신페인당 역시 그동안 영국 왕실과의 접촉을 일절 거부해왔다.

따라서 이날 두 사람이 만난 ‘리릭 시어터’로 이르는 모든 길은 봉쇄되고 극장 인근 지역에 사는 주민들을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등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여왕이 도착하기 전날 벨파스트 일부 지역에서는 젊은이 100여 명이 여왕의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으며 10여 명이 다치기도 했다.

영국 정부는 당초 사진 촬영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가 방침을 바꿔 두 사람이 만난 지 30여 분 후 악수 장면을 촬영해 공개하도록 했다. 다만 현장 생중계는 허용하지 않았으며 두 사람의 육성도 내보내지 않았다. 이들의 악수가 IRA 테러의 희생자에겐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30여 년에 걸친 IRA의 무장투쟁에서 숨진 희생자는 3700여 명에 이른다. 그중에는 1979년 북아일랜드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요트 폭발로 숨진 여왕의 사촌 루이스 마운트배튼 경도 포함돼 있다.

여왕과 악수한 맥기니스 부총리도 이 사건에 관여했다. 맥기니스 부총리는 1970년대 초반 IRA에 가입해 사령관을 지냈으며, 자치정부의 교육장관과 자치의회 의원을 지내는 등 IRA의 핵심 인물이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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