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1.6m-너비 1m ‘棺房’ 갇혀 수십차례 고문당해… 키 9cm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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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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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옥살이 → 석방 후 의문사 中인권가 리왕양

1989년 중국 톈안먼(天安門) 시위와 관련해 약 21년간 옥살이한 뒤 석방돼 1년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민주화운동가 리왕양(李旺陽·62) 씨가 수감시절 수형자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특수 제작한 밀폐된 독방에서 수개월씩 갇히는 고문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본보 11일자 A19면 中 의문사 인권운동가 시신 전격 화장…

홍콩에 있는 인권민주운동정보센터(ICHRD)는 리 씨와 함께 수형생활을 한 감방 동료들과 리 씨의 생전 증언을 토대로 리 씨가 시신을 안치하는 관(棺)처럼 좁고 밀폐돼 있다고 해서 ‘관방’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징벌방에 최소 20여 차례 갇혔다고 13일 전했다. 교도소에서는 이런 방을 ‘관샤오하오(關小號)’ 또는 ‘관진비(關禁閉)’라고 부른다.

이 관방은 높이 1.6m, 너비 1m, 길이 2m의 크기로 이중 철문에 작은 배식용 구멍과 콘크리트 바닥에 배설용 구멍만 뚫려 있다. 전등이 없어 칠흑이 어둡고 후덥지근하면서 심한 악취와 함께 모기 파리가 득실거린다.

홍콩 언론은 이런 소식을 전하면서 이런 방에 장기간 갇혀 있으면 서지 못해 관절이 굳고 근육이 위축돼 치료가 어렵다고 전했다. 실제 리 씨는 수형생활을 거치면서 182cm였던 키가 173cm로 줄었다고 홍콩 언론은 전했다.

리 씨는 생전 인터뷰에서 “수감된 뒤 영문도 모른 채 관방에 갇혔고 항의 단식을 시도하자 교도소에서 50kg의 쇠뭉치가 달린 족쇄를 채웠다”며 “오랫동안 족쇄가 채워져 엉덩이까지 짓물렀다”고 말했다.

홍콩에서는 리 씨의 사인 규명을 요구하는 10만인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홍콩 고위 공무원까지 사인 규명을 요구하는 등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홍콩 식품위생국 저우이웨(周一岳) 국장은 “중증 장애인이 자살하기는 어렵다. 사진으로 볼 때 자살이 아닌 것 같다. 그의 성격을 안다면 유서도 남기지 않은 채 자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특별행정구 정부의 고위 공무원이 이런 발언을 하기는 처음이다.

또 중국의 유명 인권운동가 후자(胡佳) 씨 등 중국 내에서 리 씨의 사인 규명을 요구해온 이들도 행방이 묘연하다. 리 씨는 6일 후난(湖南) 성 사오양(邵陽) 시의 병원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중국#톈안먼 시위#중국 인권운동#리왕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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