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오늘부터 여왕에 푹 빠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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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위 60주년 ‘다이아몬드 주빌리’ 행사 돌입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86)의 즉위 6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Diamond Jubilee·다이아몬드 주빌리)가 2일부터 5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펼쳐진다. ‘다이아몬드 주빌리’는 60주년을 상징하는 보석인 다이아몬드와 기념일을 의미하는 주빌리를 합친 용어다. 영국 왕 즉위 60주년은 1897년 빅토리아 여왕(재위 1837∼1901년) 이후 115년 만이며 영국 왕실 역사상 두 번째다.

1926년 런던에서 윈저 왕가 조지 6세의 장녀로 태어난 여왕은 1952년 갑작스러운 부친의 서거로 26세에 즉위했다. 당시 필립 공과 케냐를 여행 중이던 여왕은 부고를 전해 듣고 영국으로 돌아와 왕위를 물려받았다. 그러나 정식으로 영국의 군주가 됐음을 선포하는 대관식은 선왕의 장례 절차가 모두 끝난 1년 뒤인 1953년 6월 2일 열렸다.

60년 재위 기간 중 여왕은 대내외적으로 ‘조용한 리더십’으로 명실공히 영국을 상징하는 존재 그 이상을 보여줬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특히 여왕의 정치력과 통찰력은 그의 재임 기간에 선출된 12명의 총리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격찬했다. 즉위 60주년을 기념해 출간될 예정인 ‘다이아몬드 주빌리 오푸스’의 기고문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여왕은 복잡다단한 정치적 문제들의 핵심을 꿰뚫는 능력이 탁월하다”며 “‘주간알현(매주 총리가 정치 현안을 여왕에게 보고하는 자리)’을 통해 60년의 세월이 낳은 해박한 상식과 깊은 지혜에 감탄한다”고 격찬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지난달 31일 전했다. 처음엔 주간알현을 구식으로 여겼던 토니 블레어 전 총리도 “그 시간을 통해 여왕의 정치·외교적 식견과 통찰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첫 총리였던 윈스터 처칠 역시 제2차 세계대전 후 국가적으로 중대한 시기에 비교적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른 여왕이 정사를 잘 펼칠 수 있을지 내심 불안해했지만 곧 열렬한 지지자가 됐다.

왕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 영국 국민들로부터 높은 신임을 얻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영국 왕족들은 군 복무에 충실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도 윌리엄 왕세손은 영국 공군에서 수색구조 조종사로 근무하고 있고, 해리 왕손은 아프가니스탄 전장에서 현역 전투병으로 자원 근무했다. 여왕도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장에서 구호품을 전달하는 부서(WATS)에서 운전 훈련을 받았다.

나흘간 치러지는 행사 첫날인 2일엔 런던 서남부 엡섬 경마장에서 여왕 소유의 애마를 비롯한 귀족들의 말이 경주를 한다. 3일에는 템스 강변에서 여왕과 남편 필립 공이 특별 제작된 왕실 바지선을 타고 보트 1000여 척과 함께 강을 따라가는 수상 퍼레이드가 열린다. 4일 저녁에는 버킹엄궁 밖에서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은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 엘턴 존 등이 참가한 야외 콘서트가 진행된다. 마지막 날인 5일 오전에는 여왕과 왕실 일원들이 모인 가운데 세인트폴 성당에서 감사 기념예배를 올린 뒤 찰스 왕세자 부부, 윌리엄 왕세손 부부, 해리 왕손과 함께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귀환한다. 이후 오후 3시 반경에는 전투기의 축하 비행과 축포 속에 여왕 부부가 버킹엄궁 발코니로 나와 축하객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기념식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엘리자베스 여왕#다이아몬드 주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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