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MD 통제권’ 나토 품으로… 러, 강력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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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토 정상회의 개편안 마련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의 1단계 조치 이행에 착수했다. 그동안 미국 주도의 MD 체제에 반대해온 러시아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20일(현지 시간) 미 시카고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유럽 MD 시스템 운영체계 개편 계획을 밝혔다. 이는 그동안 계획단계에 머물러 있던 유럽 MD 계획이 초기 실행단계로 접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나토의 MD 계획은 4단계에 걸쳐 2018년에 전체적인 실행 체계를 마무리하게 된다.

이에 따르면 국방예산 감축을 추진하는 미국은 현재 구축 중인 유럽 MD 시스템의 핵심 기능에 대한 통제권을 나토에 넘기고 위기 발생 때는 미군이 보유한 이지스함도 나토사령부의 지휘 아래에 두기로 했다. 우선 1단계 조치로 요격기를 탑재하고 지중해에 배치된 미 전함과 터키에 설치된 레이더시스템 통제권을 독일 나토사령부가 갖게 된다. 또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배치될 요격 미사일에 대한 작전권도 나토가 행사하게 된다.

또 수년 내에 스페인 로타 항에 미국의 이지스함 4척이 주둔하고 폴란드와 루마니아에는 미국의 SM-3 요격미사일이 배치될 예정이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나토 동맹국들이 공동으로 무인정찰기인 글로벌호크 5대를 구매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축출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과 나토 간의 전력 차를 없애기 위한 조치다. 리비아 내전에서 미국이 단독으로 정찰기를 운영해 공중 정보수집 작전을 폈으나 앞으로는 나토 회원국과 공동 작전 능력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는 그동안 러시아와 나토가 MD 시스템의 통제권을 함께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러시아는 유럽 MD 체제가 러시아를 겨냥하지 않으며, 특히 러시아의 전략적 핵억지력을 손상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하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을 요구해왔다. 그러지 않고 유럽 MD 계획을 강행하면 미국과 맺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철회하고 폴란드에 인접한 칼리닌그라드에 이스칸데르(방공) 미사일을 배치해 무력으로 대응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러시아 국방차관은 “나토의 MD 계획 강행은 전략적인 균형관계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러시아의 태도를 고려한 듯 나토 정상들은 선언문에서 “개편되는 MD 체제는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아니며 이란과 같은 적군의 미사일 발사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시카고에서는 반전 운동가들이 모여 나토 해체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미 전역에서 모여든 시위대 수천 명은 시카고 그랜트파크에서 집회를 열고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미시간호 변의 매코믹플레이스 컨벤션센터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유럽MD#나토#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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