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도 G20도 가라, 이젠 G제로 시대”

  • 동아일보

■ 美 외교매체 “글로벌 리더십 붕괴로 국제질서 혼돈”

“G8도 G20도 아니다. 세계는 이제 G-Zero(G0)의 시대에 돌입했다”

그리스 사태 등 경제 위기를 논의할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가 “세계가 G0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규정했다. 미국 워싱턴 인근 캠프 데이비드 대통령 별장에서 18일 열리는 G8 정상회의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만들기 어렵다는 전망 속에 나온 얘기여서 주목된다.

G0는 ‘글로벌 리더십의 부재’를 일컫는 개념이다. 2008년 경제 위기를 예견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등 일부 학계 인사들이 지난해 처음 소개했던 G0가 실제로 시작됐다는 게 포린폴리시의 평가다. 세계 최강대국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미국과 신흥강대국 중국을 비롯해 G8, G20 등 다국적 회의체가 유로존 사태 등 급변하는 세계 경제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세계 질서가 방향성을 잃고 표류할 수 있다는 경고인 것이다. 포린폴리시는 G0 시대의 전망을 4가지로 특징지었다.

▽G2 시대의 종결=G0 시대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면 미국과 중국의 G2 구도가 소멸한다. 세계 역사상 서로 다른 정치경제 시스템을 갖고 있는 두 강대국이 오랫동안 공존한 전례가 없다.

▽국가 단위의 협력 증가=G2 시대가 끝나고 글로벌 리더십이 실종되면 각국이 과거 유럽 국가들이 나폴레옹의 프랑스 군대에 맞서고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에 대항했던 것처럼 서로 긴밀히 협력하려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맞이했던 미국이나 유로존 위기로 파산 직전에 몰린 스페인과 이탈리아처럼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한 상황이 되면 협력조차 불가능해질 수 있다.

▽신(新)냉전 구도 전개=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신냉전 구도’ 또한 G0 시대를 특징짓는 모습이 될 수 있다. 경제적 경쟁을 넘어 사이버 테러가 오가는 정치적 갈등과 군사적 긴장상태를 유지하는 양국이 대립구도를 유지하면 글로벌 리더십이 사라지고 갈등만 남을 것이다.

▽새로운 공동체의 형성=전 지구적인 공동체의 의미가 퇴색하고 이해관계로 얽힌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도 G0 시대의 특징이다. 포린폴리시는 “각국의 지도자들은 자국에 이익이 되는 국가들과 관계를 긴밀히 맺되 국제사회의 요청 등은 무시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를 들어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은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관계를 돈독히 맺고 브릭스(BRICs) 국가들은 자기들끼리 교역을 확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포린폴리시는 이 같은 특징들을 지닌 G-zero 상태가 지속되다가 세계를 이끌 수 있는 국가나 파워가 아예 없어지는 ‘G-subzero’의 시대로 접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윤식 기자 jys@donga.com
#G8#G20#G제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