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JP모건이… 6주만에 20억달러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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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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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 트레이더 무리한 베팅… 美 금융권 규제 강화 힘 실릴 듯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가 파생상품에 무리하게 투자하면서 6주 만에 20억 달러(약 2조3000억 원)의 엄청난 손실을 냈다. 이번 일은 개인 트레이더가 회사 자산의 15%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을 ‘몰빵’ 투자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했지만 월가의 ‘리스크 관리 1인자’로 꼽혀온 JP모건마저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것이 드러나면서 미국 금융권 규제 강화 움직임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사진)는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의 투자위험을 관리하는 런던의 최고투자책임 부서에서 파생상품 투자를 잘못해 최근 6주 동안 2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최종 손실액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손실은 최고투자부서 소속 파생상품 트레이더 브루노 익실이 신용부도스와프(CDS)에 무리하게 투자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CDS는 기업이나 국가가 파산해 채권 등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 자체를 사고팔도록 만든 고위험 금융상품. 채권시장에서 ‘런던 고래’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익실은 올해 초 시장을 낙관적으로 전망하며 특정 기업들의 재무상태 개선을 예상해 회사채 CDS 가격 하락에 대규모 베팅을 했다. JP모건이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익실은 지난해 말 기준 회사 전체 자산의 15%나 되는 3500억 달러(약 402조 원)의 돈을 운용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불거지면서 시장은 예상과 반대로 움직였고 헤지펀드들이 익실과 반대 방향으로 대거 베팅하면서 JP모건은 손실을 보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다이먼 CEO는 “이 포트폴리오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변동성이 커 위험을 회피하기보다 위험을 키웠다”며 “어처구니없는 실수와 판단 착오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 손실로 당초 2억 달러의 순이익이 전망되던 JP모건의 2분기(4∼6월) 실적은 8억 달러의 순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일찍부터 “‘런던 고래’라는 채권 트레이더가 헤지펀드를 상대로 게임하듯 투기적 거래를 하고 있다”고 경고해왔다는 점에서 리스크 관리에 엄격하다는 평을 들었던 JP모건의 명성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다른 대형 투자은행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켰던 파생상품 투자손실 위험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유럽 악재에 JP모건 소식이 더해지면서 11일 한국의 코스피는 전날보다 1.43% 떨어졌고 뉴욕 증시도 11일 JP모건이 9% 이상 폭락하고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등 대형 은행들이 3% 이상 동반 급락하면서 장을 열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JP모건#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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