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권 가진 시리자당의 ‘긴축 재협상’ 요청 일축
“할수도 없고 해서도 안돼… 약속 어기면 유로존서 퇴출”
“그리스의 못된 버릇, 더는 못 봐주겠다.”
그리스 연정 구성권을 가진 급진좌파연합(시리자 당)이 8일 “국제사회와 합의한 긴축정책이 무효”라고 선언하자 독일,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긴축약속을 어기면 구제금융은 없다”고 일제히 경고했다. ‘긴축 없이 지원 없다’는 원칙이 현실화되면 그리스는 구제금융 지급이 끊길 수도 있다. 그리스는 2010년과 올 2월 두 차례에 걸쳐 EU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로부터 24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1000억 유로는 국채 교환으로 탕감받았다.
제1당 신민당의 연정 구성 실패로 연정구성협상권을 물려받은 제2당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당수는 8일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그리스 민심이 총선에서 확인됐다”며 “외채 상환을 중단하고 구제금융 조건을 재협상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구체적으로 △노조 단체협상권 회복 △그리스 은행에 대한 조사 △그리스 부채를 조사할 국제위원회 구성 등 5개 항을 실천하겠다고 제시했다.
이런 그리스를 향해 먼저 포문을 연 곳은 독일. 기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교장관은 8일 “그리스는 유럽 전체와 (긴축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EU집행위원장도 “긴축재정은 합의된 사항으로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구제금융 재협상은 할 수 없으며 해서도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외르크 아스무센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는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고 싶다면 약속을 지키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여론들도 일제히 그리스를 비난하고 나섰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8일자)은 “지금 독일 국민 사이에서는 현실로부터 도피해 바캉스를 즐기려는 그리스 국민에게 더는 돈을 줄 수는 없다는 정서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긴축보다 성장’을 내걸고 집권한 프랑스 사회당 정부에도 그리스는 골칫거리다. 프랑스는 서방 국가 중 그리스에 가장 많이 투자해 그리스의 상황 악화는 프랑스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도 힘을 받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그리스 스스로 유로존에서 탈퇴할 가능성이 80%, 그리스의 의지와 관계없이 강제 퇴출 가능성이 60%라고 했다. 또 탈퇴를 기정사실화한 뒤 “파장이 생각처럼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은 곳도 있다. 발렌틴 판 니우엔하위전 ING인베스트먼트 투자전략가는 “그리스의 위험이 스페인 이탈리아 등 주변국으로 번지지만 않으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유럽 전체를 뒤흔들 이슈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신용평가기관 피치도 그리스가 탈퇴해도 유로존은 독일 중심으로 존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여론 조사상으로는 그리스 국민의 75% 이상이 유로존에 남기를 원한다고 하지만 문제는 재총선에서도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정당이 반수를 넘으면 그리스는 디폴트를 향해 치달을 소지가 크다. 그리스는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를 갚더라도 계속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선 내달 초까지 145억 유로 규모의 추가 긴축안을 의회에서 처리해야 한다. 현지 언론은 현재 시리자 당 중심의 연정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리자 당이 10일까지 정부를 구성하지 못할 경우 협상권은 제3당인 사회당으로 넘어가며 사회당마저 실패하면 그리스는 6월 17일 재총선이 불가피하다.
재총선이 예정되면 일단 추가 긴축안 처리 일정 연기도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EU는 23일 정상회담에서 그리스가 긴축정책을 이행하지 않으면 구제금융을 중단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우선 던지고 재총선까지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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