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美대사관 어떻게 들어갔나” 美-中 물밑 공방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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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자 “천, 언제 로크대사 만났나 등 미국 개입 여부 집중 추궁 당해”
요미우리 “中, 탈출 묵인 가능성”

중국인 시각장애인 변호사 천광청(陳光誠) 탈출 사건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긴박한 외교전에 돌입했다. 미국은 지난달 29일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를 베이징(北京)에 급파했다. 그는 당초 5월 3, 4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연례 전략 및 경제대화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원래 일정보다 앞당겨 도착한 것.

존 브래넌 백악관 대테러 보좌관은 30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천 씨 문제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에 대한 미국의 관심과 주요국과의 외교관계를 모두 고려하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정부가 천 씨 사건을 처음 언급한 것으로 미국이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풀이했다.

대사관 내부인의 협조 없이는 들어가기 쉽지 않은 베이징의 미국대사관에 천 씨가 어떻게 들어갈 수 있었는지를 놓고 양측 간 물밑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천 씨의 탈출을 도운 인권운동가 후자(胡佳) 씨는 30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천 씨가 현재 미국대사관에 있으며 게리 로크 주중 미국대사를 만난 게 확실하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이 자신을 신문하면서 ‘천이 언제 로크 대사를 만났느냐’고 거꾸로 물었다며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으나 이 말을 들었을 때 매우 흥분됐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 당국은 천 씨의 탈출을 누가 도왔는지, 미국의 역할이 있었는지 등 세부 내용을 집중적으로 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공산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 지도부가 역으로 천 씨의 탈출을 묵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30일 보도했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 시 서기 사건 이후 영향력이 크게 떨어진 중국 치안 최고책임자인 저우융캉(周永康) 정치국 상무위원을 궁지로 몰기 위해 묵인했다는 것이다.

한편 유럽연합(EU)도 30일 천 씨 문제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중국 당국이 최대한 자제를 발휘할 것을 요구한다”며 “천 씨 가족과 친지에 대한 탄압을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중국#미국#천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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