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 은닉재산 캔 왕리쥔 부하 2명 고문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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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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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언론, 갈등전말 보도

보시라이(薄熙來) 전 중국 충칭 시 서기 사건의 발단인 보 전 서기와 측근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 시 부시장 간에 치명적 반목이 왜 싹텄는지가 드러나고 있다. 20일 홍콩 밍(明)보와 이날 발행된 밍보 산하의 주간지 야저우저우칸(亞洲週刊)은 첩보영화나 범죄 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배신과 음모의 드라마를 전해주고 있다.

왕 전 부시장은 충칭 시 공안국장일 때 시 정법위원회 류광레이(劉光磊) 서기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판공실(대통령비서실 격) 간에 핫라인이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장기간 도청했다. 류 서기는 후 주석이 구이저우(貴州) 성에서 일할 때 인연을 맺었다.

후 주석 판공실은 왕 전 부시장이 도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중앙기율검사위원회를 통해 은밀히 왕 전 부시장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 보 전 서기도 후 주석 판공실이 조사에 나선 것을 알아차렸으나 심복인 왕 전 부시장을 보호하기는커녕 그와 거리를 둔다. 그런 차에 지난해 11월 보 전 서기 가족과 오랫동안 가까웠던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가 독살되고 보 전 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가 용의선상에 올랐다. 또 헤이우드의 컴퓨터에서 보 전 서기 일가족의 숨겨진 재산목록이 발견된다.

1월 28일 보 전 서기는 왕 전 부시장으로부터 헤이우드 사건과 관련한 보고를 받는다. 그는 왕 전 부시장이 자신의 가족의 재산 등을 조사한 것에 대해 크게 화를 냈고 사건 무마를 위해 갖은 압박을 가했다. 헤이우드 사건을 수사했던 왕 전 부시장 수하의 공안 5명을 비밀리에 체포해 고문했는데 이 과정에서 2명이 숨지고 1명이 자살했다. 또 며칠 뒤인 2월 2일 왕 전 부시장을 부시장으로 승진시킨다는 명목으로 공안국장에서 물러나게 한다. 왕 전 부시장은 자신의 운전사마저 행방이 묘연해지자 2월 6일 미국영사관으로 도주해 망명을 요청했고 마침내 ‘보시라이 사건’이 터져나왔다.

한편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보 전 서기 시절 집행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충칭 시 정부 지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지출 과정의 비리를 파헤치는 것인지, 충칭 시의 채무 부담 때문인지, 보 전 서기의 경제성장 모델인 ‘충칭 모델’을 공격하기 위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충칭 시는 공공 주도로 다양한 정책을 펼쳐 지난해 중국 31개 성시 가운데 최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시 정부 부채가 크게 느는 등 지속가능한 모델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 중국 당국은 홍콩에 있는 보 전 서기 부부 형제자매의 재산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홍콩에서는 보 전 서기의 형 보시융(薄熙永), 처형 구왕장(谷望江) 등 여러 명이 사업을 하고 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보시라이#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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