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찾아 ‘구글어스 삼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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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전 호주 입양된 청년, 인도전역 구글어스로 뒤져
기억속 폭포 발견… 극적 상봉

지난달 25년 만에 어머니와 재회한 사루 브라이얼리 씨.
지난달 25년 만에 어머니와 재회한 사루 브라이얼리 씨.
다섯 살 때 길을 잃고 고아가 돼 호주로 입양된 인도 청년이 위성영상 지도서비스인 ‘구글 어스’로 25년 만에 옛 가족을 찾았다. 한때 부랑아로 떠돌며 죽음의 위기에 처하기도 했던 인도 빈민가 아이가 먼 이국땅에서 인터넷의 힘을 빌려 가족을 찾은 파란만장한 사연이 ‘제2의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불리며 감동을 주고 있다고 영국 BBC 등이 13일 전했다.

1986년 인도 중부 칸드와 시의 기차역. 역 주변에서 구걸하던 다섯 살 사루는 열차 청소부인 형을 찾기 위해 멈춰 있는 열차에 올라탔다가 그만 기차 안에서 곯아떨어졌다. 14시간이 지나 사루가 눈을 떴을 때 열차는 칸드와에서 1200km 떨어진 콜카타에 도착해 있었다. “그날 밤 잠이 제 운명을 바꿔놓았습니다.”

글자도, 고향마을 이름도 몰랐던 사루는 그날부터 빈민굴로 악명 높은 콜카타 역 일대를 떠돌며 부랑아 생활을 했다. 인신매매업자에게 붙잡혀 노예로 팔려가던 중 도망치기도 했고, 갠지스 강에 빠져 익사할 위기에도 처하며 숱한 고비를 겪었다. 그러다 보육원에 보내졌고 이듬해 호주 남부 태즈메이니아 섬에 사는 브라이얼리 씨 부부에게 입양됐다.

“새 가정에 잘 적응했지만 헤어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더 커지더군요. 시간이 지나도 고향마을의 모습, 가족 얼굴은 생생히 기억났습니다.”

세계 곳곳의 지형과 건물을 보여주는 구글 어스가 나온 것은 2005년 6월. 그때부터 사루 씨는 구글 어스를 통해 인도를 뒤지기 시작했다. 1986년 당시 열차속도와 시간을 계산해 콜카타 역에서 반경 1200km 떨어진 곳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구글 어스 화면을 클릭하기를 수년째, 마침내 사루 씨는 지난해 말 어렸을 때 놀던 폭포를 발견했다. 폭포에서 난 길을 따라 고향마을도 찾았다. “모니터를 보는 순간 얼어붙었습니다.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진 출처 BBC
사진 출처 BBC
지난달 고향마을을 방문한 사루 씨는 골목골목을 뒤져 옛집을 찾아냈다. 어린 시절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마을 주민의 도움으로 어머니와도 재회했다. 불행히도 그날 밤 사루 씨가 찾아 헤맨 그의 형은 한 달쯤 후 철로에서 두 동강 난 주검으로 발견됐다고 한다.

호주로 돌아온 사루 브라이얼리 씨(31)는 수시로 인도 가족들과 연락한다. “자주 인도를 찾아갈 겁니다. 인도 인구와 어릴 때 미아가 된 걸 생각하면 가족을 찾은 게 신기하기만 합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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