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과격파 추방”… 승부수 던진 사르코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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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루즈 테러’이후 10일만에… 성직자 4명 입국금지도
선거 코앞 우파결집 노림수

올해 초까지만 해도 지지도가 야당 후보에게 크게 뒤져 재선 가능성이 불투명했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대선 1차 투표(22일)를 앞두고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자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한 대처에 승부수를 걸고 강경책 수위를 최고조로 높이고 있다.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후보인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부터 사회당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를 맹추격하고 있다. ‘툴루즈 총기 난사 테러’를 계기로 우파 표를 결집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한 전례 없는 강경책을 내놓고 있는 것. 프랑스 내무부는 2일 신도들에게 반유대주의와 서구 세계에 대한 반감 및 배척을 부추겼다는 이유로 말리 국적의 이맘(이슬람 성직자) 알마니 바라지와 알제리 국적의 무슬림 알리 벨라다드를 2일 추방했다. 또 내무부는 터키와 사우디아라비아 국적 등 다른 3명의 이맘에 대한 추방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나머지 한 명은 튀니지 국적의 과격분자 말레크 드린이다.

이번 조치는 툴루즈에서 유대인 등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알제리계 테러분자 모아메드 메라가 경찰에 사살된 지 10일 만에 나왔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1일 낭시에서 “확실한 경고를 하겠다”며 “공화국의 가치에 반하는 의도를 가진 모든 사람은 바로 프랑스에서 추방될 것이며 예외와 관용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로드 게앙 내무장관은 “무슬림 과격분자 추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내무부는 지난달 29일 파리에서 열리는 이슬람단체연합(UOIF) 회의에 참석하려던 이맘 4명의 입국을 금지했다. 이들은 6∼9일 파리 북쪽 부르제에서 열리는 UOIF 연차총회에 참석할 계획이었다. 내무부와 외교부는 “이들의 증오와 폭력 주장이 프랑스공화국의 원칙을 심각하게 손상시키고 있으며 공공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높다”고 입국 금지 이유를 설명했다. 프랑스 경찰은 또 지난달 30일 툴루즈와 낭트 등지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 20명을 체포하고 AK-47 소총 등의 무기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한 반감은 우파 표 결집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메라가 사살된 뒤 실시한 10차례의 대선 1차 투표 여론조사 중 사르코지 대통령은 7차례 1위를 차지했다. 사르코지 진영은 일단 1차 투표에서 승기를 잡았다며 고무된 상태다. 2차 투표(5월 6일)까지는 아직도 한 달여 남아 중도파 표를 흡수할 공약 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랑드 진영은 2차 결선투표 여론조사 추이는 바뀌지 않았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10개의 2차 투표 여론조사 중 6개는 54 대 46, 2개는 55 대 45의 격차를 유지했고, 나머지는 각각 12%포인트, 6%포인트 차로 나타났다. 올랑드 진영은 우세를 확신한 지지 유권자의 투표 불참을 우려하며 “기권이 가장 큰 적”이라고 호소했다. 올랑드는 공산당과 좌파전선 공동후보인 장뤼크 멜랑숑이 3월부터 지지율이 급상승하며 13∼15%를 기록하는 것도 결국 좌파 전체의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프랑스#대통령#이슬람#U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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