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총기 난사 사건이 알려진 11일 워싱턴이 긴박하게 돌아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일요일인 이날 아침 긴급회의를 연 데 이어 성명을 통해 “비극적이고 충격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아프간에서 미군이 수행하고 있는 임무를 나타내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우발적인 사고임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딸 사샤의 농구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워싱턴 인근 체육관으로 이동하던 도중 차 안에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의 말을 전하며 신속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의지를 밝혔다.
미군의 총기난사로 아프간 민간인 16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미군의 아프간 출구전략이 다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미국은 2014년까지 아프간 작전을 마친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의 계획에 따라 이때까지 주둔병력을 모두 철수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올 들어 아프간에서 잇달아 민심을 자극하는 사고가 터지고 있다. 1월 미 해병대원으로 추정되는 군인 4명이 탈레반의 시신에 소변을 보는 동영상이 공개됐으며 지난달에는 미군이 꾸란과 이슬람 서적을 소각하는 사건이 터지면서 아프간 민심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인 사살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이러다 보니 기존 출구전략을 더 빨리 가속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프간전에 참전하고 있는 미군의 결집력은 약화될 것으로 보이며 미군이 아프간에서 어떤 전략을 펴도 이길 수 없는 전쟁이 될 것이라는 반전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 공동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60%가 “아프간전은 수행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답했다. 조기 철수하는 게 낫다는 응답도 54%나 됐다. 조기 철군 계획에 반대하던 공화당에서조차 의견이 분열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공화당 대선 후보 가운데에는 론 폴 하원의원만 조기 철수를 주장했다. 하지만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11일 “아프간에서 완성하지 못할 임무를 수행하느라 너무도 많은 젊은 미군이 죽어갔다”며 회의적인 목소리를 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조만간 카타르에서 열릴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에서 관타나모에 수감된 아프간인 죄수 5명을 넘겨주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5월 시카고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아프간 철군 시기를 당초 2014년 말에서 내년 중반이나 늦어도 내년 말까지로 앞당기는 방안이 테이블에 올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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