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비밀의 서고’ 문을 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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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서 첫 일반 공개… 갈릴레이 종교재판 기록
교황의 루터 파문장 등 희귀고문서 100점 전시

이탈리아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대한 종교재판 기록. 채널A 뉴스 방송화면 캡쳐.
이탈리아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대한 종교재판 기록. 채널A 뉴스 방송화면 캡쳐.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지동설을 주장한 이탈리아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종교재판 기록을 비롯해 그동안 바티칸교황청 비밀서고에 보관돼온 고문서 100건이 지난달 29일 공개됐다. 교황 바오로 5세가 1612년에 건립한 바티칸 서고에는 8세기 이후부터 현대까지의 사료들이 보관돼 있는데 서고를 올려놓은 선반들을 다 이을 경우 총 85km에 이를 정도로 그 양이 방대하다. 기록보관담당자 피에르 파올로 피에르겐틸리 씨는 “서고 자료가 일반에 공개된 것은 400년 서고 역사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로마 카피톨리노 박물관에서 열리는 이 전시회는 9월까지 6개월 동안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1530년 영국 귀족과 종교인들이 “헨리 8세와 첫 부인 아라곤의 캐서린 왕비와의 결혼을 무효화해 달라”며 당시 교황 클레멘스 7세에게 요청한 양피지 편지도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80여 명의 영국 영주와 추기경, 주교는 편지에서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극단적인 방법을 추구할 수도 있다고 교황에게 경고하기도 했다. 결국 클레멘스 7세는 이혼을 허락하지 않았고 영국은 로마 교황청에서 떨어져 나가 성공회를 설립했다.

[채널A 영상]바티칸 비밀서고 문 열리다

이 밖에 독일의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를 파문한 교황 교서, 사촌인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에게 맞서다 참수형을 당한 비운의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가 교황에서 보낸 편지, 그리고 1789년 프랑스혁명으로 처형된 프랑스 왕 루이 16세의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가 단두대로 향하기 전에 남긴 편지도 함께 공개됐다. 앙투아네트는 편지에서 “나와 비탄을 함께하는 이들의 감정만이 지금의 슬픈 처지에서 내가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위안입니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전시회가 바티칸 서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려는 성격도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댄 브라운의 베스트셀러 소설 ‘천사와 악마’ 등 여러 작품에서는 바티칸 서고가 음모론의 상징처럼 그려졌다. 이 때문에 비판론자들은 교황청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문서들을 숨기고 위해 서고를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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