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등 주요 외신은 26일 정부군의 집중 포격을 받고 있는 홈스 시를 포함해 전국 1만3835개 투표장에서 시리아 역사상 세 번째 헌법개정안 국민투표가 실시됐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정부는 유권자의 57.4%가 투표해 이 중 89.4%의 찬성으로 개헌안이 통과됐다고 27일 밝혔다.
하지만 야당 등 반(反)알아사드 세력은 투표 ‘보이콧’을 선언했으며 26일 밤 수도 다마스쿠스의 크파르수세흐 지역에서 국민투표에 반대하는 시위대 3명이 정부군이 쏜 실탄에 맞아 숨지는 등 전국 곳곳에서 투표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헌법개정안은 다당제를 허용하고 대통령의 임기를 제한한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헌법 개정 후에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총리선출권 내각조각권을 가지며 입법안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계속 갖는다. 다당제를 허용한다고 하지만 종교적 색채를 띤 정당은 허용되지 않는 등 제약이 많다. 임기 제한이 없는 대통령직을 7년 임기 재선까지로 제한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알아사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14년부터 적용하도록 돼 있어 16년 후인 2028년까지 정권을 잡을 수 있다.
국제사회의 비판 강도는 한층 높아졌다. 모로코를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27일 미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시리아 국민을 향해 “이번 국민투표는 당신들의 형제자매에 대한 유혈폭력을 정당화하려는 알아사드의 술책”이라며 “알아사드를 지지하고 있는 시리아인들이여, 이런 말도 안 되는 투표를 하지 말고 그에게서 돌아서라”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그럼에도 시리아 반군에 대한 무기 지원은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알카에다의 지도자 알자와히리가 시리아 반군들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점을 강조하며 “시리아 반군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무기가 테러분자들 손에 들어가 알카에다와 하마스를 도와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또 “시리아 대통령은 매우 강력한 우방을 갖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 이란은 알아사드 대통령과 무기와 석유를 놓고 거래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권좌 유지를 확고히 지지하고 있다”고 중국과 러시아를 대놓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는 27일 논평을 통해 클린턴 장관의 발언을 겨냥해 “대단히 오만(arrogant)하고 자만심에 가득 찬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 대변인도 “클린턴 장관의 발언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반군에 대한 무기 지원을 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해짐에 따라 알아사드 정권의 버티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런던정경대 중동센터장인 파와즈 게르게스 박사는 알아사드 대통령의 시리아 내 지지 기반에 대해 “우리가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알아사드 대통령의 권력기반을 너무 약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굳건한 지지 세력이 최소 30%는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친(親)알아사드 세력(특히 시아파 무슬림인 알라위파)이 다수파인 수니파(74%)보다 비록 수는 적지만 요직을 독차지하고 있어 충성도가 매우 높다. 여기에 기독교인(주로 그리스 정교회)들도 알아사드 대통령이 축출되면 이슬람원리주의자들이 정권을 잡을까 두려워 알아사드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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