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 첫 민선대통령 “국민의 피 원치않아”… ‘3주 시위’에 하야 결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8일 03시 00분


세계 최고의 휴양지이자 우리나라에서도 신혼여행지로 인기 있는 몰디브에서 최초로 민주선거에 의해 당선된 모하메드 나시드 대통령(45·사진)이 시위에 밀려 물러났다.

7일 나시드 대통령은 국영TV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철권으로 국가를 통치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지금 상황에서 가장 올바른 선택은 내가 물러나는 것”이라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어 “그 어떤 몰디브 국민들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 내가 계속 권력을 갖고 있음으로써 문제를 더욱 키울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2008년 첫 민주선거에서 30년 장기 독재를 한 마우문 압둘 가윰 전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됐지만 집권 이후 부패 문제가 불거졌고 지난해에는 환율 조정으로 물가가 급상승하면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하야의 계기가 된 결정적 시위는 지난달 형사법원의 수석재판관 압둘라 모하메드의 체포. 나시드 대통령은 모하메드 판사가 가윰 전 대통령 측에 정치적으로 치우쳐 있고 직권을 남용한 혐의가 있다며 체포를 명령했고 이후 항의 시위가 3주 넘게 이어졌다. 시위에는 경찰과 일부 군인들까지 가담했다. 로이터통신은 “시위 주도 세력은 급진적인 가윰 지지자들로 나시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부터 줄곧 정치적으로 위협을 가해왔다”고 전했다.

전직 인권·환경운동가였던 나시드 대통령은 영국 유학을 한 언론인으로, 장기독재를 비판하는 글을 써 14번이나 투옥되는 등 반체제 인사로 이름을 날렸다. 2009년 10월에는 잠수장비를 갖추고 바다에 뛰어들어 세계 최초의 해저 내각회의를 여는 등 국제사회에 기후변화 위험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인권상인 안나린드상을 수상하고 뉴스위크지가 선정한 ‘2010 존경받는 지도자 10인’에 선정되는 등 국내외로 명성을 떨쳤다.

현재 인구 30만 명인 몰디브에 체류하는 관광객만 90만여 명. 관광객들이 머무는 리조트는 여러 섬에 분산돼 있어 수도 말레와는 떨어져 있으며 300명가량의 한국인 관광객도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현지 한국 영사협력원이 전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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