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30세이상 1820만원 내면 軍 면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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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자 충당 위해 법 제정… 야당 “부자에게 특혜” 반발

터키 의회가 돈을 내면 병역을 면제해주는 법을 통과시켰다. 정부 재정 확충을 위한 고육책이다. 나라에 포(布·옷감)를 납부해 군역(軍役)을 면제받던 조선시대의 방군수포제가 도입된 셈이다.

터키 의회가 11월 30일 병역 면제법을 통과시켜 약 40만 명의 남성들이 혜택을 받게 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30세 이상의 남성은 3만 리라(약 1820만 원)만 내면 15개월인 병역 의무와 21일간의 기본 훈련을 면제받게 된다. 3년 이상 해외에서 근무한 터키 근로자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1만 유로(약 1516만 원)만 내면 동일한 면제 혜택을 받는다. 터키의 병역 의무 대상 연령은 24∼41세다.

이 같은 제도 도입은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메흐메트 심셰크 재무장관은 지난달 초 병역 면제로 정부 수익이 120억 리라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내년 터키의 재정 적자 예상치의 절반에 해당하는 액수다. 늘어난 수익금은 10월 23일 발생한 대지진 수습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터키는 1999년 수만 명이 목숨을 잃은 대지진 직후에도 국가 재건을 위해 한시적으로 병역 면제를 시행했다.

6월 총선에서 사상 처음으로 3선에 성공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군부를 견제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다. 경제개혁을 통해 2010년 9%에 이르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최고의 인기를 얻은 그는 1980년 군사쿠데타의 잔재 제거 작업에 주력해왔다. 지난해 9월 개헌으로 군 간부를 군사법정이 아닌 일반 법정에서 재판할 수 있도록 했던 에르도안 총리에 맞선 군부 지도자들은 8월에 대거 옷을 벗었다.

군 인력을 줄여도 된다는 군사적인 자신감도 깔려 있다. 약 72만 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에서 미국에 이어 2위의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야권은 계층 간 불화를 키우는 조치라고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제1야당인 공화당의 케말 킬리츠다로울루 대표는 “돈 있는 사람은 병역을 면제받고, 돈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병역으로 직행해야 한다. 누구도, 어떤 가족도, 어떤 계층도 특혜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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