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총리 “박정희 개발 노하우 배우고 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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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기적 경험 나눠주면 阿개발 경쟁서 中-印에 앞설것”

“인도 중국 등 여러 나라가 아프리카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은 ‘경제 기적’을 이뤄 냈다는 점에서 (인도 중국보다) 비교우위가 있다. 원조를 받는 빈국에서 성공적으로 부자 나라가 된 개발 노하우를 나눠주는 게 한국의 아프리카 진출을 위한 첫 번째 열쇠다.”

29일 부산에서 개막한 세계개발원조총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멜레스 제나위 에티오피아 총리(55·사진)는 이날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개발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재정 문제로 2002년 4월 폐쇄한 주한 대사관도 한두 달 내에 재개설하겠다고 했다.

―1998년 첫 방한 이후 세 번째다.

“당시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고 난 직후였다.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위해 다시 한국을 찾았을 때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것은 물론이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까지 심각한 피해 없이 잘 헤쳐 나갔다. 이제 한국은 첨단 기술을 통해 나라를 리노베이션하고 있다. 역경과 도전을 기회로 활용하는 능력이 한국의 성공 비결인 것 같다.”

지난해 7월 이명박 대통령이 에티오피아의 6·25전쟁 참전 이후 61년 만에 에티오피아를 처음 방문했을 때 멜레스 총리와 이 대통령은 한국의 경제계획을 본떠 농업 섬유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는 5개년 계획을 논의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의류 직물 신발산업 등 노동 집약적 산업에 대한 한국 기업의 참여를 호소했다. 중국 인도의 인건비가 오르는 가운데 여전히 값싼 아프리카의 노동력과 자원은 한국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60년 전 한국을 도운 에티오피아는 이제 한국의 도움을 받게 됐다.

“당시 양국관계는 두 나라의 군인들이 흘린 피로 세워졌다. 그만큼 굳건했다. 다만 당시 상황과 달라진 게 있다면 한국은 성공적인 개발 정책을 통해 성장했다는 것이다. 반면에 에티오피아는 내전으로 불안정한 시간을 보내왔고 이전 정부의 개발정책은 부진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명했는데 국내에서는 그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 사람들이 박 전 대통령을 좋아하는 이유와 정확하게 일치한다.(웃음) 경제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 내게 흥미로운 부분은 어떻게 가난한 한국이 부자가 됐느냐 하는 것과 그렇게 되기까지의 경험이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는 박 전 대통령이 경제 개발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했느냐를 궁금해한다.”

1955년 에티오피아의 아두와에서 출생한 멜레스 총리는 아디스아바바대 의대 2년 재학 중 반공산 반독재 투쟁을 시작했다. 1991년 공산 정권이 무너지면서 대통령에 취임해 1995년까지 지낸 후 1995년부터 지금까지 총리로 재직 중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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