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개신교 아이콘 ‘수정교회’ 가톨릭에 팔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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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교인 1만명 초대형 교회… 목사 父子세습 갈등으로 파산 신청

미국의 첫 초대형 교회(메가 처치)로 한국 개신교계에도 널리 알려진 로스앤젤레스의 수정교회(Crystal Cathedral). 이 교회의 설립자 로버트 슐러 목사(85)는 30년 전 교회의 사진을 들고 로마 교황청을 방문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을 접견했다. 유리 1만664장으로 외벽이 장식되어 있고 내부에는 세계 최대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된 이 교회 건물을 설명하는 그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이 건물이 가톨릭에 팔리게 됐다. 교회 세습에 따른 반목과 불화가 화근이었다.

19일 미 로스앤젤레스 지역 언론인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샌타애나 연방 파산법원은 가톨릭교회 오렌지카운티 교구를 수정교회 건물 인수자로 확정했다. 인수 가격은 교회에 딸린 부동산 일체와 교회의 채무를 대신 떠안는 것 등을 합쳐 5700만 달러(약 649억 원)로 알려졌다.

이 교회는 화려한 예배당뿐만 아니라 자동차 극장형 예배, 30년간 수많은 시청자를 모으고 있는 주간 TV 설교 ‘능력의 시간(Hour of Power)’의 촬영 장소 등으로 미국 개신교의 아이콘으로 불려왔다. 한때 출석 교인이 1만 명이 넘던 이 교회가 기울기 시작한 것은 설립자 슐러 목사가 교회의 담임목사 직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나서다. 이후 부자간, 남매간 불화로 아들 슐러 목사가 2008년 교회를 떠나고 교인들 사이에서도 반목이 심해지면서 교회 헌금이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해 10월 법원에 파산신청을 내고 말았다.

오렌지카운티 교구는 인수 조건으로 3년간 수정교회가 임대료를 내고 이 건물에서 목회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했다.

설립자의 딸이자 현재 수정교회 담임목사를 맡고 있는 콜먼 목사는 성명서에서 “수정교회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말씀과 사역에 헌신하는 교인들로 이뤄져 있다”며 “여전히 하나님께서 기적을 행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희망을 전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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