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국 신용등급 바꿀 땐 하루 전에 미리 알려줘야

  • 동아일보

신용평가사 규제안 발표… 손해배상 소송도 자유화

경제위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유럽연합(EU)이 15일 신용평가기관에 대한 규제안을 발표했다.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영미계 3대 평가기관을 겨냥한 것이다. 유럽의회 등의 비준을 거쳐야 하지만 상당 부분은 법률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미셸 바르니에 EU 역내시장 서비스 담당 집행위원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신용평가기관은 EU의 엄격한 규정을 준수해야 하고 잘못에 대해선 확실히 책임져야 한다”며 “평가기관이 더는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안에 따르면 신용평가기관의 부주의에 따른 평가 규정 위반으로 금전적 손해를 본 개인과 기업, 국가는 EU 회원국 어디서라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시장에 대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국가 신용등급 발표는 EU의 금융시장 거래 시간에는 할 수 없도록 했다. 특히 국가신용등급에 변화가 있을 경우 발표 하루 전에 해당국과 유럽증권시장청(ESMA)에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또 채권 발행기관이나 국가는 3년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신용평가기관을 바꾸도록 했다. 3대 평가기관의 시장 독점을 막으면서 유럽 내 중소 신용평가기관을 육성하기 위한 조치다. 평가기관들은 신용등급을 발표할 때 평가 근거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향후 10년간 시장점유율이 20%가 넘는 대형 신용평가기관은 소형 평가기관을 인수할 수 없게 했다.

하지만 구제금융을 받는 등 ‘특별히 예외적인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특정 국가의 신용등급 발표를 금지하는 조항은 합의하지 못했다. 바르니에 집행위원은 “이 조치는 추후에 다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무디스는 “EU의 조치는 투자자들의 신용 정보 접근을 방해하고 투자자에 대한 신뢰를 저해할 것”이라며 “신용평가는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주장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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