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츠먼 아버지도 “反월가 시위 공감”

  • 동아일보

10억달러 이상 기부해온 부호
지도층 책임 강조 목소리 커져

존 헌츠먼 시니어
존 헌츠먼 시니어
17일로 한 달을 맞은 월가 시위가 미국 내 중산층을 중심으로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지지세를 넓혀가고 있다.

15일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서 6000여 명의 시위대가 참여한 가운데 열린 월가 시위에서는 여러 곳에서 시민들의 지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나가는 차량들이 경적을 울리며 시위대들에게 지지를 표시했고 일부 운전자는 창문을 내려 엄지를 올려 세우기도 했다. 시위대의 거점인 주코티 공원에도 젊은이들뿐 아니라 넥타이를 맨 화이트칼라나 학교 교사 등 다양한 계층의 참여도 늘고 있다. 자녀들을 데리고 오는 참가자들도 눈에 띈다.

특히 월가 시위대를 돕기 위한 다양한 후원도 늘고 있다. 월가 시위대 언론 담당인 빌 돕스 씨는 지금까지 현장과 인터넷을 통해 들어온 기부금이 약 30만 달러(3억4000만 원 상당)라고 16일 밝혔다. 현금 기부 외에도 통조림과 담요 베개 등 생활용품이 매일 300상자가량 배달되고 있다. 뉴욕 시민 30만 명이 월가 시위에 찬성하는 서명을 했다. 한때 뉴욕 시와 공원 측이 주코티 공원 현장 청소를 위해 시위대에게 공원을 비워달라고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의 311 안내전화는 반대전화가 폭주하기도 했다.

캔자스 주의 맨해튼 시에서 열린 시위에는 일반 시민들이 거리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수백만 달러를 받아가면서 처벌은 받지 않는 그들’이라는 피켓을 들고 여기에 가세한 빌 글로버 씨는 “정부 공무원”이라면서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불렀다. 그는 지역신문 캔자스스테이트칼리지언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청년들뿐 아니라) 중산층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며 “우리는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중심에 서 있고 투표를 통해 ‘노(No)’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 최고 부자들의 지지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공화당 대선주자로 나선 존 헌츠먼 전 주중대사의 부친인 존 헌츠먼 시니어(74)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가진 것을 내놓지 않은 부자가 너무 많았다. 나는 월가 시위에 공감한다”고 선언했다. 포천에 따르면 그는 세계적인 억만장자 1200명 중 한 명이며 지금까지 10억 달러(약 11조5000억 원) 이상을 기부한 19명에 포함될 정도로 ‘나눔의 원칙’을 강조해온 인물이다. 헌츠먼 시니어는 “월가 시위가 확산된 것은 (부자들의) 윤리가 실종되었기 때문”이라며 “부자들이 마음을 바로잡으면 문제가 바로 해결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금을 늘리는 것과 같은 강압적 방식이 아니라 부자들이 기부에 관심을 기울이면 시간은 다소 걸리더라도 자본주의 병폐를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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