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로스칸 성폭행 스캔들 佛서 2라운드… 작가 바농과 대질신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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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의 악몽 생생… 내 얼굴 왜 피하나”“상상으로 꾸며낸 얘기… 사과할 것 없다”

“적어도 사과는 할 줄 알았다. 경멸한다.”(바농)

“(고소인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사과할 게 없다.”(스트로스칸)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성폭행 미수 혐의로 고소한 프랑스의 기자 겸 작가 트리스탄 바농 씨와 스트로스칸 전 총재의 대질신문이 9월 29일 이뤄졌다. 오전 9시경부터 변호인의 배석 없이 2시간 반 동안 진행된 대질신문에서 두 사람은 날선 공방을 벌였다.

두 사람은 대질 후 현장의 보도진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귀가했지만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언론을 통해 상대방을 맹비난했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바농 씨였다. 그는 이날 밤 TF1방송 인터뷰에서 “대질 때 적어도 그가 사과는 할 줄 알았는데 하지 않더라. 그를 경멸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질신문 도중 나는 그의 눈을 보려고 계속 응시했다. 그런데 그는 내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하더라”며 “8년이 지난 지금 물적 증거는 없지만 오늘 대질신문에 만족한다. 나의 첫 승리다”라고 강조했다. 바농 씨는 또 “검찰이 스트로스칸의 비논리적인 주장에 의문을 갖지 않는 걸 믿을 수 없다”며 수사기관을 비난했다.

스트로스칸 전 총재 쪽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의 변호인단은 성명을 내 “바농이 대질신문 과정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 측은 스트로스칸 전 총재가 바농 씨에게 사과했느냐는 언론의 질문에 “사과할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날 대질에서 두 사람은 ‘성폭행 시도’와 ‘상상으로 꾸며낸 얘기’라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고 언론은 전했다. 하지만 최근 “대질신문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 두렵다”고 했던 바농 씨는 대질신문 내내 8년 전 인터뷰 당시 벌어진 상황을 자세히 묘사하며 스트로스칸 전 총재를 몰아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스트로스칸 전 총재는 시종일관 침착한 태도로 “다소 지나친 부분이 있었지만 절대 공격이나 폭력은 없었다”고 맞받아친 것으로 알려졌다.

바농 씨는 올 7월 형법상 공소시효가 10년인 ‘성폭행 미수’ 혐의로 스트로스칸 전 총재를 고소했다. 그러나 프랑스 검찰은 바농 씨의 의료기록 증거가 없기 때문에 ‘강제 추행’(공소시효 3년)에 가깝다고 판단한 뒤 사건을 종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바농 씨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바농씨의 고소 내용

2003년 2월 바농 씨가 저술 중인 책에 쓸 인터뷰를 하기 위해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스트로스칸 당시 재무장관과 만났다가 벌어진 사건. 바농 씨는 스트로스칸 씨가 손을 잡고 키스를 시도하다 거부당하자 자신을 바닥에 강제로 눕혀 바지를 벗기고 팬티 안에 손을 집어넣는 등 성폭행을 하려고 해 간신히 도망쳐 나왔다고 주장한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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