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터키 총선에서 공화국 사상 처음으로 3선에 성공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질주가 무섭다.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한 그의 ‘터키식 이슬람 민주주의’가 전성시대를 맞았다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집권 정의개발당(AKP)은 12일 치러진 총선 개표 결과 49.8%의 득표율로 326석(전체 550석)을 얻어 득표율 25.9%(135석)에 그친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을 크게 앞섰다. 대통령제 개헌을 추진 중인 에르도안 총리는 개헌안을 발의해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 330석(60%)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조만간 야권과 개헌 협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날 “터키 민주주의가 또다시 이겼다”고 말했다.
터키 국민에게 절대적 인기를 얻으며 오스만제국 시절 최고통치자를 뜻하는 ‘술탄’으로까지 불리고 있는 에르도안 총리의 성공은 민주화 열풍이 불고 있는 북아프리카와 이슬람권에도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터키는 유럽연합(EU) 가입을 목표로 쉴 새 없는 경제개혁을 이루며 2003년 이후 연평균 5%의 성장률을 보였다. 2010년에는 EU 평균의 3배에 이르는 9% 성장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성장률을 기록하며 유럽의 대표 신흥국으로 올라섰다. 여세를 몰아 에르도안 총리는 유세 기간 중 “2023년까지 터키 경제를 세계 10위권에 올려놓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터키는 올 들어 ‘아랍의 봄’ 과정에서 이집트와 리비아 문제를 놓고 서방과의 교섭을 주도하는가 하면 이란과 미국의 핵 개발 갈등을 막후에서 중재하는 등 국제적 위상을 높여왔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미국으로부터 리비아 군사작전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선 유일한 이슬람 회원국으로 강력한 반대를 표시하며 위상과 발언권을 확대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터키의 드라마와 영화는 아랍 국가 사이에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다.
중동 전문가들은 “에르도안 총리의 승리는 이슬람교의 정신을 중시하면서도 서구와 공존 협력할 수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줬고, 경제 성장과 국가 위상 제고를 통해 이슬람권 민주주의의 성공 가능성을 크게 확장시켰다”고 말했다. 재정 파산 위기 때문에 2002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100억 달러의 차관을 빌려야 했던 터키를 OECD 최고 성장국으로 바꾼 에르도안 총리는 1980년 군사쿠데타 후 제정된 헌법을 대통령 중심제로 바꿔 2014년경 대선에도 나설 것으로 터키 언론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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