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왕실 ‘세기의 결혼식’]결혼식 장식할 첫 음악은 다이애나 장례식 때 연주한 성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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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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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열웨딩에 숨은 코드들

영국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씨의 결혼식이 29일 오전 11시(현지 시간)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된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정복왕 윌리엄이 1066년 대관식을 가진 이래 한 번도 빠지지 않고 38명의 왕과 여왕들의 대관식이 열려온 곳이며 1997년 다이애나 비의 장례식이 엄수된 곳이다. 사원은 27일부터 일반인의 입장을 금지하고 6그루의 단풍나무를 심는 등 총 5만 파운드를 들여 신랑 신부가 행진하는 사원 내 통로를 숲처럼 꾸몄다.

주인공인 신부 미들턴 씨가 아버지와 함께 여왕의 롤스로이스 차를 타고 식장에 도착하면서 식이 시작된다. 윌리엄 왕세손은 턱시도가 아닌 군복을 입을 예정이다. 결혼식에 울려 퍼질 첫 노래는 다이애나 비의 장례식에 쓰였던 성가인 ‘주여 나를 인도하소서. 오 당신은 위대한 구세주’로 다이애나 사망 10주기 기념식에서도 연주됐다.

결혼식의 테마는 ‘영국다움’으로 영국의 전통미를 한껏 살릴 예정이다. 에드워드 엘가, 벤저민 브리튼, 본 윌리엄스 등 영국을 대표하는 세 명의 작곡가가 지은 음악이 식 중간 중간에 연주된다.

결혼식 음악은 왕세손 부부가 직접 골랐다. 특히 미들턴 씨는 16세기부터 애창되는 영국 민요 ‘초록 소매(Greensleeves)’를 꼭 넣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제임스 성의 대변인은 “커플은 결혼 전 아이팟으로 음악을 함께 들으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예배는 존 홀 신부가 이끌고 리처드 샤트레스 주교가 강론을 하며 주례는 영국성공회 수장 로완 윌리엄스 대주교가 맡는다. 신랑은 신부에게 전통에 따라 웨일스산 금으로 만든 반지를 예물로 전달한다.

미들턴 씨는 ‘남편에게 순종한다(obey)’는 말 대신 “윌리엄을 사랑하고, 위로하고, 존경하고, 지킬 것”이라고 서약할 예정이다. 영국 왕실 결혼에서 신부들은 남편에게 순종하겠다는 서약을 해왔다. 그러나 1966년 기도서 개정을 통해 신부가 남편에 순종하고 섬긴다는 서약 내용을 제외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고 다이애나 비가 1981년 결혼식 때 처음으로 순종 서약 관례를 깼다.

식이 끝나면 신부는 전통에 따라 사원 입구의 무명용사 묘비에 부케를 바친다. 이어 신랑 신부가 1902년 제작된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까지 퍼레이드를 한다. 왕세손 부부는 오후 1시 25분경 여왕, 찰스 왕세자와 함께 버킹엄궁 발코니에 등장해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키스를 한다. 이때 제2차 세계대전 때 맹활약했던 랭커스터 폭격기와 스핏파이어 전투기, 타이푼, 토네이도 전폭기가 런던 상공에서 축하 비행을 한다.

이어 여왕은 600명의 하객에게 축하연을 베풀고 기념 촬영을 한다. 축하연에는 이례적으로 영국 켄트 지방의 텐터덴에서 만들어진 화이트와인 ‘채플다운’이 제공된다. 한 병에 14파운드(약 2만5000원)가량인 포도주다.

공식 일정을 모두 마친 부부는 세인트제임스궁에서 휴식을 취한 뒤 저녁 7시부터 찰스 왕세자가 300명을 초대해 여는 만찬과 무도회에 잇따라 참석한다. 이어 왕실에서 첫날밤을 보낸 뒤 다음 날 신혼여행을 떠난다.

런던=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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