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카다피군 大반격… 거점도시 속속 탈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8일 03시 00분


다국적군 공습 힘입어 아즈다비야-라스라누프 등 함락… 카다피 고향 수르트 향해 진격

다국적연합군 소속 전투기들이 카다피 육군의 탱크와 장갑차 등을 집중 타격한 데 힘입어 반카다피군이 대대적 반격으로 전세를 역전시키고 있다. 반카다피군은 26일 리비아 동부 전략요충지 아즈다비야 함락을 시작으로 석유수출항 브레가 등 거점 도시들을 탈환한 뒤 지중해안 도로를 따라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고향인 수르트를 향해 서진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19일 다국적군이 군사행동을 시작한 이후 반군이 승리를 거둔 건 처음이다. 미국 국방부는 다국적군 전투기들이 25일 하루 153회 출격한 데 이어 26일에도 160회 출격했다고 밝혔다.

반군 대변인 샴시딘 압둘몰라흐 씨는 “카다피군은 공군력과 중화기를 이제 사용할 수 없다. 수세에 몰린 것은 카다피군”이라고 말했다. 반군은 아즈다비야 전투과정에서 카다피군의 서열 3위인 빌가심 알간가 장군을 비롯한 수십 명을 포로로 붙잡았다.

리비아 정부도 자신들의 병력이 주요 거점도시에서 퇴각한 사실을 인정했다. 칼레드 카임 외교차관은 “다국적군이 리비아 정부군을 직접 공격해 퇴각하기로 결정했다”며 “다국적군이 리비아를 내전으로 내몰았다”고 비난했다.


반카다피군은 여세를 몰아 27일 아즈다비야에서 서쪽으로 210km 떨어진 석유수출항 라스라누프까지 손에 넣는 등 수도 트리폴리가 있는 서쪽을 향해 빠르게 진군 중이다. 라스라누프 인근 소도시 빈자와드에서는 프랑스 전투기들이 카다피군의 탱크 등을 공습하는 사이 반군 병사들이 도심을 장악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카다피군은 별다른 저항 없이 물러섰으며 수르트를 방어하기 위해 병력을 재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카다피군 측은 자력으로 승리를 거두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반군 대표기구인 임시 국가위원회의 마흐무드 지브릴 대표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국적군을 해방군으로 여기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외부 군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당신들 덕분에 첫 승리를 거뒀지만 다음 전투는 우리 힘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당시 탈레반 정부군에 대한 공습은 미국이 주도했지만 지상전은 아프간 반군들이 맡아 탈레반을 축출했던 선례를 연상케 하는 구도다.

궁지에 몰린 카다피 측은 반카다피군과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압둘 아티 알오베이디 전 리비아 총리는 25일 리비아 정부 대표단 일원으로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아프리카연합(AU) 회의에 참석해 반군과 협상을 시작하고 선거를 포함한 정치개혁을 수용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6일 주례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용감한 우리 장병들 덕분에 오늘 중요한 진전이 있었음을 보고한다. 우리는 이번 임무에서 성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우리가 신속하게 행동했기 때문에 수많은 무고한 리비아 국민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며 “카다피 원수의 대학살을 막기 위해 개입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기도 하며 국가 이익과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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