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군 리비아 공습]카다피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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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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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저 1986년에도 공습… 지하벙커 은신 가능성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사진)의 ‘최악의 악몽’이 되풀이됐다.

20일 오후 10시경 영국군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리비아 트리폴리에 있는 그의 관저 단지인 ‘바브 알아지지아 요새’ 구내의 한 건물을 명중한 것이다. 영국군은 그 건물이 리비아 정부군의 지휘통제사령부로 쓰여 폭격했다고 밝혔으나, 리비아 정부 측은 행정동이라고 반박했다. 이 건물은 카다피 원수가 주로 외빈을 맞을 때 이용하는 대형 텐트 모양의 귀빈 영접실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곳에 있었다. 리비아 국영TV는 20일 폭발로 폭삭 주저앉은 건물을 공개하면서 사람들이 미사일의 잔해를 쳐들어 보이는 장면도 방영했다.

면적 6km²인 바브 알아지지아는 1986년 미군의 공습을 받았던 곳이다. 당시 카다피 원수가 사택으로 쓰던 관내 건물이 폭격을 받아 무너졌고 15개월 된 수양딸이 숨졌다. 카다피 원수는 이 집을 수리하는 대신 ‘반미의 상징’으로 남겨두는 쪽을 선택했다.

서방 연합군의 공습이 시작되자 인간방패를 자청하며 나온 수백 명의 리비아 시민들은 바브 알아지지아 요새를 에워쌌다. 미사일 공격을 당한 건물에서 시민들이 있던 곳까지는 400m 정도 떨어져 있다. 바브 알아지지아 요새 피해 정도와 미사일 공격 당시 카다피 원수가 어디에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영국군의 카다피 관저 공격이 리비아 군사작전의 궁극적 목표에 대한 미국 영국 프랑스의 견해차를 드러낸 상징이라는 관측도 많다.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은 20일 “군사 개입의 당면 목표는 카다피 축출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리엄 폭스 영국 국방장관은 21일 “카다피는 합법적인 공격 목표”라고 말했다. 카다피 원수가 리비아군의 수뇌이기 때문에 당연히 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카다피 관저 폭격이 직접적으로 카다피 원수를 노린 것은 아닐지라도 그렇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는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이번 군사작전은 가장 근본적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작전의 목표가 단순히 리비아 국민을 정부로부터 보호하는 데 있는 것인지 아니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주 전 공언한 대로 카다피가 권좌에서 떠나는 데 있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다피의 행방은 20일 새벽 국영 TV를 통해 결사항전을 다짐하는 전화 연설을 한 이후로 묘연하다. 그가 마지막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던 것은 8일 밤이었다. 1986년 관저를 피격당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완벽한 보호시설에 들어가 있을 것이며 신변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추정이 우세하다.

그가 현재 트리폴리가 아닌 친위부대가 장악하고 있는 다른 도시에서 지내고 있다는 설도 유력하다. 리비아의 민주화 운동가들은 카다피가 자신이 성장한 남부 소도시 세브하를 요새로 바꾸어 놓아 그곳에 숨을 확률이 높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카다피군은 현재 벵가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도시를 재탈환한 상태이기 때문에 카다피가 몸을 숨길 수 있는 지역은 많다. 카다피의 차남인 사이프 알이슬람은 20일 서방의 군사 개입으로 카다피가 퇴진할지를 묻는 질문에 “물러난다고? 왜?”라고 반문하며 “아버지가 퇴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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