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왜 사람이 직접? ‘로봇강국’의 아이러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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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원전 유지-보수용 많지만 사고상황서 쓸만한 건 없어”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도쿄전력 직원들이 치명적인 방사선 피폭 가능성을 무릅쓰고 원전 복구에 나선다는 소식을 들은 일본인들은 왜 로봇을 투입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일본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로봇 강국. 그런데 이번 사고에서는 로봇이 전혀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 관계자는 17일 “후쿠시마 원전 현장에 방사선 누출을 탐지하는 로봇이 있다”고 말했지만 원자력안전보안원의 니시야마 히데히코 씨는 “로봇을 사용한 기록이 없다”고 확인했다.

복잡한 산업제조공정과 인명 구조에까지 로봇을 활용하는 일본이 왜 방사성 물질 노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작업에 사람 대신 로봇을 투입하지 않을까.

원자력발전소에는 유지 및 보수를 목적으로 가동 중에 사용되는 로봇이 대부분이다. 원전은 사고가 나더라도 자동제어시스템과 사람의 힘으로 감당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설계되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람 대신 작업할 수 있는 로봇 개발은 아직 더디다.

김승호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융합기술개발부장은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될 때는 카메라를 달고 방사선 수치가 높은 지역을 촬영하거나 파이프의 막힌 부분을 뚫을 수 있는 여러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로봇 기술은 세계적으로 부족하며 일본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AFP통신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일본이 수준 높은 로봇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사고가 났을 때 사용 가능한 원전 로봇은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17일 프랑스 르몽드지는 프랑스의 에너지기업 EDF와 원전건설업체 아레바가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극한 환경에서도 작업할 수 있는 로봇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일본에선 아직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의 인간형로봇 휴머노이드 제작사인 알드바랑 로보틱스의 로돌프 쥘랭 대표는 “스리마일섬과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세계 원전업계에서 로봇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며 “프랑스는 핵 관련 사고 때 인간 대신 작업할 수 있는 특수로봇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호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won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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