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민 혁명 불길’ 어디까지]물가폭등 시위 아시아로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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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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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빵값’으로 시작돼 북아프리카를 휩쓸고 있는 ‘재스민 혁명’의 바람이 아시아로 건너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식품가격 급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최근 대규모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 국가는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 극심한 혼란에 휩싸인 북아프리카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독재와 부정부패에 따른 정치불안, 심각한 빈부격차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정치적 경제적 불안이 아프리카와 중동을 넘어 아시아로 확산되면 석유와 식품을 둘러싼 각국의 자원민족주의 부활이 새로운 ‘글로벌 리스크’로 떠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재스민 혁명 아시아로 건너올까

아시아판 재스민 혁명의 조짐이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는 국가는 인도와 방글라데시다.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서는 23일 저소득 노동자 계층 80만∼100만 명이 참여한 가운데 물가 억제에 실패한 만모한 싱 총리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달 인도의 식품가격 상승률은 11.05%에 달했으며 주식인 카레의 주재료로 쓰이는 양파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5배가량 치솟았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차세대 신흥 경제강국인 ‘넥스트11’으로 꼽은 방글라데시 역시 지난해 말 식품물가 상승률이 11.01%에 달하면서 최근 높은 물가상승률을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국가는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요 식품에 대한 수출 금지 같은 직접 개입으로 ‘물가 쓰나미’에 맞서고 있지만 물가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시위는 빠른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심해지는 빈부격차 및 잇따른 정부의 부정부패 스캔들과 겹치면서 점차 반정부적인 정치행위로 격화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재스민 혁명의 바람이 남아시아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슬람권인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은 소련 붕괴 후 독립한 지 20여 년이 지나도록 1인이 장기 집권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지난해 물가가 14.1%, 투르크메니스탄은 12.0%나 급등했으며 정부의 강압 통치와 부정부패도 리비아와 튀니지, 이집트와 닮은꼴이다. 2008년 주식인 쌀값 급등으로 폭동 사태가 벌어졌던 동남아시아의 필리핀과 미얀마 등도 최근 식품물가 급등에 따른 정치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가이다.

○ 재스민 혁명으로 자원민족주의 강화

재스민 혁명의 영향으로 산발적인 민주화 시위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중국의 움직임도 관심을 끌고 있다. 20일에 이어 27일 2차 재스민 시위를 예고하는 글이 인터넷에 나돌면서 긴장하고 있는 중국 정부는 경제 불안이 정치 위기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물가통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이 아시아 국가의 위기를 더욱 고조시킬 수 있다. 주식인 쌀과 밀을 자급해왔던 중국은 지난해 10월 이후 계속된 가뭄으로 인한 식품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최근 밀 수입을 늘릴 채비를 하고 있다.

중국이 곡물 수입을 늘리면 가뜩이나 급등하던 국제 식품물가가 더욱 치솟아 일부 아시아 국가의 식량부족 사태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실제로 2008년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국가의 ‘식량폭동’ 사태 역시 중국이 국제곡물 시장에서 옥수수와 설탕을 싹쓸이하면서 나타난 가격폭등이 원인이 됐다.

특히 중국의 수입 확대로 인한 곡물가격 상승은 신흥국의 곡물 사재기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여기에 리비아 사태가 중동으로 확산돼 ‘제3차 오일쇼크’가 현실화하면 선진국마저 자원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벌어지는 사태로 자원민족주의가 더욱 강해질 수 있다”며 “유가와 식품물가 상승이 계속되면 선진국마저 물가 상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세계경제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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