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총리 “이수현의 용기, 日은 잊지 않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7일 03시 00분


‘日지하철 의인’ 10주기… 한일 양국서 추모행사

“수현이가 떠난 지 10년이 흘렀지만 참 짧게 느껴집니다. 여러분이 아직도 아들을 기억해주신 덕분입니다.”

2001년 1월 26일 일본 유학 중 전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다 숨진 이수현 씨의 10주기 추모 행사가 26일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동시에 열렸다.

이날 도쿄 지요다(千代田) 구 ‘주부회관 플라자 F’에서 ‘고 이수현 군 추모회’와 ‘이수현 장학회’가 함께 주최한 추모식에는 아버지 이성대 씨(71)와 어머니 신윤찬 씨(61)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고인의 부친 이 씨는 “부모 입장에서는 아들이 용기 있는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되길 바랐다. 하지만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는 않았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은 일본 시민이 이처럼 아들의 죽음을 추모하는 것을 보고 위로와 감동을 받고 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권철현 주일 한국대사가 대독한 추모사에서 “고귀한 인명을 구하려는 고인의 용기 앞에서 국경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한일 양국의 가교가 되고 싶다’던 고인의 뜻을 깊이 생각해 양국의 우호협력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도 “일본 국민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고인의 용기 있는 행동을 잊지 않았다”라는 추모의 글을 보냈다. 추모식에는 2001년 당시 일본 외무상을 지낸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중의원의장과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중의원 의원도 참석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추모회와 장학회는 2002년 이후 해마다 1월에는 추모식을, 10월에는 장학금 수여식을 따로 열어왔지만 이 씨 부모가 고령으로 매년 일본을 오가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해 내년부터는 추모 행사를 매년 10월 장학금 수여식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2002년 설립된 장학회는 지난해까지 모두 16개국 485명(1인당 10만 엔)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추모식 행사를 마친 이 씨의 부모는 10년 전 사고 현장이었던 도쿄 신오쿠보(新大久保) 역을 찾아 추모비에 헌화하고 당시 이 씨가 취객을 구하려고 선로에 뛰어든 플랫폼을 둘러봤다. 이 씨 부모가 플랫폼에 서자 수십 명의 보도진이 일제히 플래시를 터뜨렸으며 전철을 기다리던 일본 시민들도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2001년 1월 26일 오후 7시 15분 당시 만 26세이던 이 씨는 일본인 세키네 시로(關根史郞·당시 47세) 씨와 함께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고 뛰어내렸지만 진입하던 전동차에 치여 3명 모두 목숨을 잃었다.

모교 후배들의 헌화 고 이수현 씨의 모교인 부산 금정구 내성고 앞에서 열린 10주기 추도식에서 이 씨의 후배들이 ‘이수현 의행 기념비’에 헌화하고 있다. 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모교 후배들의 헌화 고 이수현 씨의 모교인 부산 금정구 내성고 앞에서 열린 10주기 추도식에서 이 씨의 후배들이 ‘이수현 의행 기념비’에 헌화하고 있다. 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이날 한국에서도 이 씨의 모교인 부산 내성고 이수현 의행(義行) 기념비 앞에서 ‘의인 이수현 정신 선양회’, 재학생, 동창회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0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한경동 선양회장은 추도사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의인 이 씨를 조금씩 잊어버리고 있는 것”이라며 “살신성인과 보편적 인간정신을 살리는 데 앞장선 이 씨를 잊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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