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19일 백악관에서 가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인권 관련 질문에 은근슬쩍 넘어가려 했으나 ‘왜 대답하지 않느냐’는 재질문을 받고 결국 답변했다. 후 주석에게는 언론의 매서움을 실감하게 하는 에피소드였다.
하지만 후 주석이 이날 기자회견 등에서 한 인권 관련 발언은 중국 내에서는 접할 수 없도록 통제됐다. 중국에서 방영되던 영국 BBC 방송이나 일본 NHK의 저녁 뉴스에서 공동 기자회견 장면은 인권 관련 발언이 진행되는 동안은 아예 새까맣게 먹통이 돼 중국 국민은 내용을 알 수 없었다.
관영 중국중앙(CC)TV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신원롄보(新聞聯播)는 20일 오후 7시 총 30분 방송 시간의 대부분을 후 주석의 정상회담 관련 내용으로 내보냈지만 합동 기자회견은 보도하지 않았다. 관영 신화통신도 후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했다는 사실은 전했으나 기자회견 문답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다. 다만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21일 기자회견을 항목별로 소개하면서 후 주석의 인권 관련 답변 내용을 대부분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아사히신문은 중국 외교부가 자국 언론에 ‘미디어 보도 참고 보도자료’라는 내부 문서를 통해 인권 관련 보도를 자제하도록 했다고 20일 전했다. 이 문서는 ‘성과만 적극적으로 보도해 여론을 올바르게 유도하라’고 지시했다.
이처럼 중국 당국이 민감한 내용은 보도를 제한 통제하면서도 후 주석의 활동을 신문에 싣기 위해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와 중궈징지(中國經濟)일보,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제팡(解放)군보 등은 21일 발행 시간을 8시간 늦춰 조간이 오후 늦게 배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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