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주석 인권발언 中 TV선 ‘먹통’ 처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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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만 알려라” 보도 지침

‘줄이고 차단하고…미국에서는 언론에 곤욕을 치러도 중국 내에서는 맘대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19일 백악관에서 가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인권 관련 질문에 은근슬쩍 넘어가려 했으나 ‘왜 대답하지 않느냐’는 재질문을 받고 결국 답변했다. 후 주석에게는 언론의 매서움을 실감하게 하는 에피소드였다.

하지만 후 주석이 이날 기자회견 등에서 한 인권 관련 발언은 중국 내에서는 접할 수 없도록 통제됐다. 중국에서 방영되던 영국 BBC 방송이나 일본 NHK의 저녁 뉴스에서 공동 기자회견 장면은 인권 관련 발언이 진행되는 동안은 아예 새까맣게 먹통이 돼 중국 국민은 내용을 알 수 없었다.

관영 중국중앙(CC)TV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신원롄보(新聞聯播)는 20일 오후 7시 총 30분 방송 시간의 대부분을 후 주석의 정상회담 관련 내용으로 내보냈지만 합동 기자회견은 보도하지 않았다. 관영 신화통신도 후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했다는 사실은 전했으나 기자회견 문답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다. 다만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21일 기자회견을 항목별로 소개하면서 후 주석의 인권 관련 답변 내용을 대부분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아사히신문은 중국 외교부가 자국 언론에 ‘미디어 보도 참고 보도자료’라는 내부 문서를 통해 인권 관련 보도를 자제하도록 했다고 20일 전했다. 이 문서는 ‘성과만 적극적으로 보도해 여론을 올바르게 유도하라’고 지시했다.

이처럼 중국 당국이 민감한 내용은 보도를 제한 통제하면서도 후 주석의 활동을 신문에 싣기 위해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와 중궈징지(中國經濟)일보,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제팡(解放)군보 등은 21일 발행 시간을 8시간 늦춰 조간이 오후 늦게 배달됐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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