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곤돌라 위법’ 항소… ‘케이블카 독점논란’ 2R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13일 04시 30분


설치 제동 건 1심 판결에 불복
“기존 시설 포화, 접근성 위해 필요”
정부 “케이블카 64년 독점부터 손질”
곤돌라 위한 시행령 개정엔 신중

서울시가 남산의 새로운 이동 수단으로 추진하던 곤돌라 사업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자 곧바로 항소했다. 64년간 이어진 민간업체의 남산 케이블카 독점 체제를 곤돌라 설치로 깨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남산 곤돌라 설치가 위법이라는 1심 판결에 대해 9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지난달 19일 1심 선고 이후 21일 만이다.

이번 사건은 서울시가 중구 남산 예장공원에서 정상 부근을 잇는 곤돌라 설치를 위해 용도구역을 변경한 것이 발단이 됐다. 기존 케이블카 사업자인 한국삭도공업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서울시가 도시자연공원구역 해지 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업체 측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1심 취지대로라면 남산에 곤돌라를 설치하는 것은 영구적으로 불가능해진다”며 “특히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유사한 방식을 추진한 대전, 대구 등 광역자치단체 4곳의 공원 조성 사업도 줄줄이 법적 분쟁에 휘말릴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말마다 케이블카 이용객이 수백 명씩 줄을 서며 극심한 정체를 겪고 있는 현 상황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라며 “독점 문제 해결과 별개로 관광객 편의와 남산 접근성 향상을 위해 곤돌라 설치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협조를 받아 해결해 보려는 서울시의 시도 역시 큰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시가 건의한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6개월 넘게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다. 해당 시행령을 개정해야 현재 12m로 제한된 남산 시설물 높이 규정이 완화돼 곤돌라 기둥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환경 훼손을 우려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와 개발을 지지하는 찬반 여론이 팽팽하다는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곤돌라 신규 설치보다는 케이블카 독점권 해소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한국삭도공업이 1962년 사업권을 받은 뒤 64년간 이어진 독점 체제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케이블카 독점 운영에 대해 “땅 짚고 헤엄치기”라며 비판하고 근본적인 시정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발맞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궤도운송사업의 허가 유효 기간을 20년으로 제한하고, 만료 시 2년 내 재허가를 받도록 하는 궤도운송법 개정안을 지난달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한국삭도공업은 영구적인 면허를 반납하고 다시 심사받아야 한다.

여기에 6월 지방선거도 남산 케이블카 문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정치권 인사는 “정부가 서울시 곤돌라 사업 규제를 풀어줄 경우 자칫 오세훈 서울시장의 치적을 만들어주게 된다는 점이 변수”라고 했다. 오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더불어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을 반드시 탈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치적 이해 관계보다 시민 편의를 우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봉호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는 “서울시는 행정 집행에 있어서 법 규정을 면밀히 따져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고, 국토부는 자신들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입법예고한 개정안을 이례적으로 6개월이나 질질 끌며 직무 유기 중”이라며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잘못된 법이 있다면 바로잡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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