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정상회담]후진타오, 중국어만 사용… 높아진 中위상 과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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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中지도자들은 영어연설…
양국 기업인 초청행사엔 美대표 CEO 14명 출동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눈부시게 높아진 중국의 위상을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다.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위상을 가장 명확히 보여준 것은 19일 양국 기업인 초청 행사였다. 후 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백악관 인근 아이젠하워 청사에서 45분 동안 진행된 행사에는 미국을 대표하는 최고경영자가 총출동했다.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을 비롯해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회장, 그레그 브라운 모토로라 회장, 제프리 이멀트 GE 회장, 무타 켄트 코카콜라 회장, 엘런 쿨먼 듀폰 회장, 제임스 맥너니 보잉 회장, 폴 오텔리니 인텔 회장,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회장 등 14명이 행사장에서 후 주석을 기다렸다.

1997년 후 주석과 같은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장쩌민(江澤民) 당시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의 경제 개방 의지를 밝히기 위해 뉴욕을 찾았으나 뉴욕 시장과 뉴욕 주지사조차 만나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다.

높아진 중국의 위상에 맞춰 후 주석의 자신감도 눈에 띄게 커졌다. 5년 전인 2006년 미국 방문 당시 후 주석은 방미 직전 미국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보잉기 80대를 구매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후 주석의 방미 전 항공기 구매에 대해 확답을 주지 않다가 미국 방문 중 200대 구매라는 ‘통큰’ 모습을 보였다.

후 주석은 2006년 방문 당시 ‘국빈방문’보다 의전상 한 단계 낮은 ‘공식방문’ 형식으로 미국땅을 밟았다. 당시 중국 측은 국빈방문을 강하게 원했으나 미국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당시 후 주석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백악관에서 업무오찬을 가졌을 뿐이다.

후 주석은 자신의 방미가 국빈방문으로 격상되지 못하는 등 미국에서 수모를 당한 책임을 물어 이듬해인 2007년 리자오싱(李肇星) 당시 외교부장을 경질했다고 노르웨이 일간 아프텐포스텐이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무부 외교전문을 인용해 19일 보도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리 부장이 정년이 돼 퇴임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이 직접 공항에서 영접하는 등 최상의 의전 대우를 받고 있다. 19일 정상회담 후에는 수백 명의 VIP가 총출동하는 화려한 국빈만찬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이에 앞서 후 주석은 18일에도 백악관 내 ‘올드 패밀리 다이닝룸’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비공식 만찬을 가졌다. 한 국가 정상에게 이틀 연속 만찬을 베푸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또 미국 방문 때 영어로 된 연설문을 준비하거나 팝송을 불렀던 장 전 주석을 비롯한 과거 중국 지도자들과는 달리 이번 방문에서 중국어로만 발표하고 있는 후 주석의 모습도 당당해진 중국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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