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탈난 오바마… 이번엔 ‘투견도박 선수’ 면죄부 발언… 여론 시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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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을 즐긴다. 정치현상은 물론이고 사회 문화 종교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영역의 제한도 없다. 이번에는 시즌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쿼터백 마이클 빅(30)이 구단과 재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한 코멘트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8일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이글스 구단주에게 전화를 걸어 “감옥에서 복역한 사람들 대부분이 공정한 재기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심각한 추락을 경험했던 사람들에게 제2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우리의 신념을 전국적으로 보여주게 돼 기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범한 발언 같지만 스포츠 스타의 대중적인 영향력이 큰 미국사회는 시끌시끌하다. 2007년 투견도박 혐의로 투옥돼 19개월간 복역한 뒤 지난해 5월 출소한 빅에 대해 국정 최고책임자가 이런 식으로 도덕적 면죄부를 주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주장. 빅은 투견도박에 심취했으며 성적이 좋지 않은 투견 여섯 마리 정도를 익사시키는 등 잔인한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져 동물애호가들이 기피인물 1순위로 꼽고 있다.

이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하버드대의 흑인 교수가 백인 경찰에게 체포됐을 때는 백악관 기자회견 도중 경찰관에 대해 “인종적 편견을 가졌다”며 노골적으로 비판한 뒤 공개 사과한 적이 있다. 또 힙합 가수 카니예 웨스트가 2009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VMA)’ 시상식 무대에 갑자기 올라가 컨트리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수상 소감 발표를 방해한 것에 대해서도 비난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 그래도 오바마?… 美민주당원 78% “2012 대선후보 오바마 나서야” ▼

미국의 정치문화에서는 중대한 과실이 있거나 본인이 스스로 고사하지 않는 한 현역 대통령의 재선 도전을 대체적으로 용인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하지만 4년 임기의 반환점을 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11월 중간선거에서의 참패와 지도력 부재 논란 속에 재선 도전 여부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보수주의 세력과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지나치게 ‘리버럴’한 오바마 대통령의 연임에 공개적인 반대 여론도 강하게 나온다.

CNN과 오피니언 리서치가 17∼19일 미국 성인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8일(현지 시간)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2년 대선에 오바마 대통령을 민주당 후보로 다시 내세워야 하나, 아니면 다른 사람을 후보로 내세워야 하나’는 질문에 민주당원 78%가 “오바마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답했다. 19%만이 제3의 다른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고 대답했다. 제3후보론을 주장한 응답률 19%는 3월 여론조사에서 이 질문을 처음 던진 뒤 나온 가장 낮은 수치다. 최소한 민주당원들 사이에서는 2012년 대선 후보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 대세론이 더욱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1994년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상하 양원을 통째로 내준 뒤 ‘빌 클린턴 대통령을 민주당 후보로 내세워야 하나, 아니면 다른 사람을 후보로 내세워야 하나’는 동일한 질문에 민주당원 중 57%만이 클린턴 대통령 후보 재지명에 찬성했던 것과 비교해도 21%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CNN은 “민주당원 사이에 오바마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11월 79%에서 72%로 떨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공화당과의 감세 타협에 대한 민주당 내 반대여론이 확산됐음에도 차기 대선 후보 출마 문제에 관해서는 오히려 긍정적인 여론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한편 공화당 내 차기 대선 후보를 묻는 질문에 공화당원들은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67%),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59%),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54%),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49%) 순으로 꼽았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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