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물 축제서 압사 참변… 최소 395명 사망 750명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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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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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필드 이후 최악의 비극”

22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축제를 즐기던 시민들이 한꺼번에 좁은 다리로 몰려들어 최소 395명이 숨지고 약 750명이 다치는 참극이 벌어졌다고 AP통신 등 주요 외신이 전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반경(현지 시간) 프놈펜 시 다이아몬드 섬에서 보트 경주 등 연례 ‘물 축제’ 마지막 날 행사를 즐긴 시민들 수천 명이 섬을 빠져나가기 위해 섬 북쪽 코픽 다리로 갑자기 몰려들면서 사고가 났다.

훈센 총리는 23일 “이번 참사는 1970년대 크메르루주 정권이 자행한 대량학살(킬링필드) 이후 최악의 비극”이라며 피해자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또 24일을 국가 애도일로 선포하고 관공서엔 조기를 달도록 했다. 키우 카나리트 정부 대변인은 “사망자 대부분은 질식사하거나 내상을 입어 숨졌다”고 밝혔다.

사고는 수천 명이 갑자기 다리로 몰려들어 다리 한가운데서 사람들이 넘어지면서 시작됐다. 강으로 떨어지지 않으려 버티던 사람들이 옆 사람을 다리 한가운데로 밀어붙이면서 다리 위는 점차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압사와 비명이 계속되자 혼란에 빠진 시민들이 먼저 빠져나가려 애쓰면서 혼란은 가중됐다. 많은 사람은 아예 강으로 몸을 던지기도 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10대이며 여성이 3분의 2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이 전한 사고 현장 모습은 끔찍한 전쟁터와 다름없었다. 코픽 다리 위에는 수십 명의 피해자가 마치 짐짝이나 가방을 쌓아놓은 것처럼 어지럽게 얽혀 있었고 시퍼렇게 멍든 시신들 사이에선 생존자들이 “살려 달라”고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는 모습이 태국 TV로 방송됐다. 시신들 사이엔 선글라스와 슬리퍼 옷가지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가까스로 사고를 피했다는 쿠룽 하이 씨는 “사람들이 갑자기 달려들고 넘어지기 시작해 나도 쓰러졌지만 누군가가 잡아줘 살아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시신과 부상자들이 옮겨지고 있는 프놈펜 칼메트 병원은 가족과 친지를 찾으려는 사람으로 가득찼다. 시신이 옮겨질 때마다 사람들은 얼굴을 확인하려고 몰려들었다. 한 여성은 임시 시체 안치소에서 조카의 시신을 찾았다. 큰딸의 시신을 찾았다는 욱 용 씨는 눈물을 훔치며 막내딸을 찾고 있었고 6남매의 아버지라는 한 남성은 “시내 병원을 다 뒤졌지만 딸을 찾을 수 없었다”며 울먹였다.

정부는 조사위원회를 꾸려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힐 방침이다. 영국 BBC 방송엔 다리에 둘러진 전등 전선에 의한 감전이 원인이라는 제보가 잇따랐지만 정부는 감전이나 대규모 식중독 등 사고원인에 대한 보도를 모두 부인했다. 훈센 총리는 사망자 1인당 1250달러(약 142만 원)씩의 장례비를 약속했고 부상자에게는 1인당 250달러(약 28만 원)씩을 지급하기로 했다.

한편 캄보디아는 매년 우기가 끝나는 때를 기념해 3일 간 물 축제를 여는데 올해 축제에는 약 200만 명이 참가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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