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일본, 불신의 시대

  • Array
  • 입력 2010년 11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일본인 87%-중국인 79% “못믿을 나라” 삿대질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사태 이후 중국과 일본의 양국에 대한 감정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본인 10명 중 8명은 군사적 위협을 주는 나라로 북한에 이어 중국을 꼽을 정도로 중국에 위협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센카쿠 열도에서 중국 어선과 일본 순시선이 충돌한 동영상이 유출된 이후 도쿄 도심에서는 대규모 반중 시위까지 열렸다.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중국의 시사주간지 랴오왕둥팡저우칸(瞭望東方週刊)이 지난달 하순 각각 자국 국민 1040명과 1045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인의 87%와 중국인의 79%가 상대국을 ‘신뢰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매우 신뢰할 수 있다’거나 ‘다소 신뢰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응답은 일본이 7%, 중국이 15%에 그쳐 양국 국민의 대부분이 서로를 ‘믿을 수 없는 나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양국관계에 대한 평가에서도 일본인의 90%와 중국인의 81%가 ‘나쁘다’고 답해 같은 조사가 실시된 이래 최악의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번 센카쿠 사태 이후 일본인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각 분야에서 두드러진 점이 주목된다. 일본인은 군사적 위협을 느끼는 나라로 북한(81%)에 이어 중국(79%)을 꼽았을 정도다. 중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외교압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불안을 느끼는 사람도 89%나 됐다.

일본인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중국의 급팽창을 우려했다. 일본 정부가 경기부양책의 하나로 내놓은 중국인 관광비자 완화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54%)이 절반을 넘었으며 중국의 일본 기업 인수합병에 대해서는 81%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

요미우리신문은 “경제발전을 최우선시해 외국과의 마찰을 피해 온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이후 군사적으로도 팽창하자 일본 내에서 정치적 불신과 경제적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센카쿠 사태 관련 동영상이 유출된 이후 6일 도쿄 도심에서는 시위대 2000명이 모인 대규모 반중 시위가 열렸다. 이들은 중국의 센카쿠 열도 영유권 주장을 규탄하면서 일본 정부가 이번 사태 대응 과정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였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는 6일 사가(佐賀) 시에서 한 강연에서 “해상보안청과 검찰 중에서 한쪽이 유출했다는 건 거의 명백하다”며 “정부에 몸담은 사람이 정부 비판을 하기 위한 정보 쿠데타를 했다고 한다면 정권에는 매우 심각한 이야기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달 1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쿠릴 열도 방문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일본 정부가 본국으로 소환했던 주러 일본대사가 7일 모스크바로 돌아왔다고 러시아의 리아노보스티통신이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13, 14일 요코하마(橫濱)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러시아와의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3일 소환된 고노 마사하루(河野雅治) 주러 일본대사를 모스크바로 돌려보내기로 했다고 NHK는 전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