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2004년 악몽’에 휩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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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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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 하루 만에 화산 폭발… 사망-실종자 눈덩이

인도네시아에 재앙이 겹치고 있다. 25일 수마트라 섬 연안에서 발생한 지진해일(쓰나미)로 수백 명이 사망 또는 실종된 데 이어 다음 날 인근 자바 섬에선 거대한 화산 폭발로 30명이 추가로 목숨을 잃었다. 하루 시차를 두고 두 차례나 연이어 대형 자연재해가 발생하면서 이 나라 국민은 쓰나미로 17만 명이 사망했던 2004년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당초 113명으로 집계됐던 이번 쓰나미 희생자도 27일엔 272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아직도 생사가 파악되지 않은 실종자가 412명에 이르고 있어 사망자는 앞으로 훨씬 더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 쓰나미에 이어 화산 폭발


26일 오후 6시경(현지 시간)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400km 떨어진 므라피 화산이 폭발하면서 30명이 죽고 2만9000명이 긴급 대피했다. 또 수십 명이 인근 병원에서 화상과 호흡곤란 등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현지 정부 관계자는 “세 번의 큰 폭발음이 들린 뒤 화산재가 1.5km 상공까지 치솟고 열구름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현재 인근 마을은 온통 회색 화산재로 뒤덮여 있는 상태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25일부터 화산의 이상징후를 파악하고 경보를 보냈다. 하지만 가축과 재산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주민들이 재빨리 대피하지 않아 피해자가 더 불어났다. 한 구조대원은 “많은 사람이 아직도 마을에 남아 있다”며 “화산 폭발로 인한 사망자가 50명까지 불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발 2900m의 므라피 산은 인도네시아 화산 중 가장 활동성이 큰 것으로 1930년과 1994년에도 각각 1300명, 60명의 목숨을 앗아간 바 있다.

이날 희생자 중에는 과거 인도네시아 왕실로부터 ‘므라피 화산 지킴이’라는 칭호를 받은 80대 노인 음바 마리잔도 포함돼 있었다. 화산의 영혼을 달래는 주술을 하며 이 마을의 영적인 지도자 역할을 하던 그는 당국의 대피 권고를 끝까지 거부한 채 집에서 기도를 계속하다 마을 주민 10여 명과 함께 화산재에 휩싸였다.

○ 대통령 급거 귀국, 미국 호주 등 지원 성명

쓰나미가 발생한 지역도 사고 수습과 구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앙인 믄타와이 군도는 수마트라 섬에서 10시간 이상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오지인 데다 강풍과 해일마저 일어 헬리콥터 등을 이용한 구호에 차질이 빚어졌다.

사고 현장에선 실종자 수색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는 가운데 4000여 가구가 집을 잃고 텐트, 식수 등 구호물자를 기다리고 있다. 피해가 컸던 남(南)파가이 섬의 한 관리는 “200명이 사는 마을에 고작 40명만 생존이 확인됐다”며 “많은 사람이 울부짖고 있다”고 전했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등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 중이던 그는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이날 밤 급거 귀국했다. 한편 인도네시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인접국 호주의 줄리아 길라드 총리는 희생자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고 지원 의사를 밝혔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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