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광부들 “지하로 돌아갈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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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언론 취재-환영 행사에 두손들어

지하 622m 갱도에 갇혔다 70일 만에 구출된 칠레 산호세 광산의 광원 33명이 과거 평범한 삶을 그리워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22일 전했다. 생전 처음 경험하는 언론의 취재 열기와 유명세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땅 밑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최고령 마리오 고메스 씨는 “어디를 가나 취재진에게 둘러싸이는 데 지쳤고 연이은 공식 행사에도 질렸다”며 “좀 조용히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오마르 레이가다스 씨도 칠레 일간지 엘 메르쿠리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모든 상황이 너무 초조하고 불안해 잠도 오지 않는다”며 “차라리 지하에 갇혀 있을 때가 더 나았다 싶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13, 14일 구출된 뒤 일주일간 가족과의 재회, 귀향 등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전 세계 신문과 방송의 초점이 됐다. 육체노동으로 돈을 벌던 그들에게 이미 쏟아졌거나 기대되는 금전적 수익도 그들을 정신적으로 부담스럽게 만들고 있다. 구출될 때 지하에서 가져온 돌멩이를 나눠준 행동으로 언론의 주목을 크게 받았던 마리오 세풀베다 씨조차 “이런 게 명성이라면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이들의 심리 상태를 점검해온 심리학자 알베르토 이투라 씨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휴식”이라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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