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번지는 연금개혁 저항… 250만명 거리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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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길어지고 강도 높아져… 사르코지 최대 역점정책 위기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정권 최대의 역점 정책으로 추진해 온 연금개혁이 기로에 섰다.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노동자와 학생의 파업 및 시위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강도가 세지면서 사회 각 분야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의 무기한 파업 5일째를 맞은 16일 프랑스 전역에서 250만 명(경찰 추산 82만5000명)이 시위를 벌였다. 파리에서 31만 명(노조 추산)이 가두시위에 나섰고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파리에서만 폭력을 휘두른 30여 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리옹에서는 최루탄이 난무하는 가운데 경찰 여러 명이 부상했다.

상원의 마지막 관문을 남겨 놓은 연금개혁은 고교생과 대학생이 반대 시위에 대거 가세한 데 이어 정유회사의 파업 동참이 서민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유류제품 부족 현상으로 확대되면서 강력한 저항을 맞게 됐다. 특히 전국 12개 정유공장 모두 가동이 중단되거나 제품 반출이 막히고 남부지역 기름저장소들이 노조에 의해 봉쇄되는 바람에 기름 사재기가 시작되는 등 ‘석유대란’이 파업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전국 1만3000곳 주유소 중 230곳에서 기름이 바닥난 것으로 보고됐다.

송유관 가동이 한때 중단됐던 샤를드골 국제공항은 일단 20일까지 기름이 정상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오를리 공항은 17일의 여유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석유업계는 자체 비축유가 최대 일주일분 정도라며 정부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는 상원의 연금법안 표결 하루 전인 19일 다시 총파업과 시위를 벌인다. 유류 운송업자들은 18일 파업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 각종 여론조사는 60% 안팎이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개혁의 당위성을 인정하던 국민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에리크 뵈르트 노동장관이 연금개혁의 주무를 맡고 있는 점 때문에 조금씩 돌아서는 분위기다.

석학 자크 아탈리가 이끄는 프랑스성장촉진위원회는 15일 대통령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정부의 연금개혁안은 가장 신속한 적자 해결 방법이지만 18세 이전부터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들을 충분히 배려하지 못하고 있어 은퇴 연령과 연금 수준을 연동하는 방안 등을 더 연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사르코지 대통령은 13일 각료회의에서 “연금개혁은 피할 수 없으며 더는 양보할 것이 없다. 지속적으로 개혁 안건들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지만 정부와 노동계의 ‘치킨게임’ 대결 양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프랑스 언론은 노-정 양측이 막판에 조금씩 양보하는 대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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