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미군 재미삼아 민간인 살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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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가디언 “3명 살해혐의로 5명 기소” 보도살인조 만들어… 손가락 잘라 ‘기념품’ 삼기도

“그들은 마치 장난을 치듯 서슴없이 민간인들을 살해했다.”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미군 병사들이 비밀리에 ‘민간인 살인조’를 만들어 민간인에게 제멋대로 수류탄을 던지고 총을 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발로 보도했다.

가디언은 기소된 12명의 병사 가운데 일부는 살해한 민간인의 손가락을 잘라 전리품으로 가지고 다니는 등 엽기적인 행각을 벌였다고 전했다. 워싱턴 주 최대 일간지인 시애틀타임스는 이들이 시신의 손가락뿐 아니라 다리와 치아도 훼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8일 미 육군이 공개한 공소장을 인용해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번 사건이 미군이 아프간전쟁에서 저지른 가장 끔찍한 전쟁범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기소된 병사 중 5명에게는 올해 전투에 참가했을 때 3명의 아프간 민간인을 살해한 혐의가 적용됐다. 다른 7명은 동료의 민간인 살해를 은폐하고 이 사실을 폭로한 신병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병사들은 민간인에게서 대마초를 빼앗아 피우기도 했다. 신문은 기소된 병사들이 모두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주에 주둔했던 신속기동여단 소속이라고 전했다.

공소장과 수사관들에 따르면 이들이 죄 없는 민간인을 살해한 것은 지난해 11월 캘빈 기브스 하사(25)가 칸다하르 주 전진작전기지에 배치된 이후 시작됐다. 기브스 하사가 이라크에서 근무할 당시 수류탄을 던져 민간인을 살해한 일이 얼마나 간단한지 떠벌리면서 다른 병사를 꼬드기자 이를 실행에 옮겨보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

이후 기브스 하사는 다른 병사들과 모의해 비밀리에 ‘살인조’를 만들었고 올 1월 라무함마드칼라이라는 마을을 순찰할 때 수류탄과 소총 사격 등으로 ‘굴 무딘’이라는 이름의 민간인을 처음 살해한 것으로 수사 결과 확인됐다. 첫 살인을 도운 제러미 멀록 상병(22)은 다른 병사에게 “민간인을 죽이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했으며 다른 사병에게 비밀을 지키라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미 군사주간지 아미타임스 보도를 인용해 기소된 병사 중 최소 1명이 살해한 민간인의 손가락을 잘라 기념품으로 가지고 다녔으며 다른 몇몇은 시신 옆에서 기념사진까지 찍었다고 전했다. 기소된 병사들 모두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유죄가 확정되면 이들은 관련 군 형법에 따라 사형 또는 종신형을 선고받게 된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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