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유럽은 프랑스가 주도하고 있는 불법 체류 집시 추방과 이민규제 강화 문제가 최대 화두다. 영국은 이미 지난달부터 유럽연합(EU) 이외 지역 출신 이민자를 줄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유럽 국가들이 높은 임금과 신속한 비자발급을 내세우며 “제발 와 달라”고 발을 동동 구르는 전문직들이 적잖이 있어 관심을 끈다.
영국은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발레 댄서와 양털깎이 전문가가 부족해 이 분야 종사자들이 정부의 정책에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영국의 대표적인 현대무용단 램버트 댄스 컴퍼니는 22명의 무용수 가운데 영국인은 절반도 안 되는 10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2명 중 EU 출신이 5명, 다른 대륙 출신이 7명이다. 문화 예술계 단체인 전국예술캠페인(NCA)의 루이즈 디 윈터 사무총장은 “외국인 이민 또는 취업 제한이 발레나 오케스트라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면 능력 있는 외국 인재들을 영입하지 못해 큰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당장 내년부터 로열발레단이 카를로스 아코스타 같은 쿠바 출신의 세계적인 무용수를 뽑을 수 없다고 생각해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영국 전역 3000명에 이르는 양 농장주들은 양털 깎는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해 매년 뉴질랜드와 호주 등지로부터 매년 약 300명을 임시로 비싸게 고용해 쓰고 있다.
스페인과 오스트리아는 유도 코치와 에어로빅 전문가에게 신속히 비자를 내주면서 러브콜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 모로코 서쪽에 위치한 스페인령 카나리 제도는 삼림 전문가를 애타게 찾고 있고, 모로코 북동부 지중해 연안의 스페인령 항구도시 멜리야에서는 갑판원과 선내 요리사의 몸값이 상한가다. 스웨덴 정부는 배관공, 요리사, 기중기 운전기사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 덴마크는 척추지압사와 산파, 음악교사가, 네덜란드는 목수, 금세공인, 약사, 트럭운전사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EU 선진국가의 이 같은 상황은 자초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아비갈리 모리스 영국상공회의소 고용정책자문관은 “국내에서 꾸준히 인력을 공급하기 어려운 분야는 대체 인력을 먼저 양성한 뒤에 수입에 제한을 뒀어야 하는데 앞뒤가 거꾸로 됐다”고 지적했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의 바네사 로시 박사는 “유럽이 과거 의학, 원자로 건설 등 특수 분야의 젊은 인재들을 교육하는 데 소홀히 했던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은 10년 전부터 전문 인력 부족이 예상됐던 미래 핵심 산업인 핵 발전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학생들을 독려하고 지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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