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문, LA초등생 영어-수학 성적 7년간 분석
교사평가 공개 방침…노조 “무책임” 반발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브로더스 초등학교 5학년 교실. 샌퍼낸도 계곡 근처에 있는 이 학교 학생의 부모는 대부분 고등학교도 채 졸업하지 못한 저학력의 남미 이민자이다. 학생들은 똑같은 수업을 받았고 같은 책으로 공부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5학년 학급 가운데 1개 반이 다른 반보다 뛰어난 학업성적을 보였다. 차이의 결정적 변수는 클래스 규모나 학생, 학부모가 아니었다. 바로 교사였다.
미구엘 아귈라 교사가 가르치는 이 반은 캘리포니아 주에서 주관하는 시험에서 일관되게 높은 성적을 올렸다. 꼴찌에서 3등이던 학생이 중간 이상의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학년 초에는 옆 반의 존 스미스 교사의 학급이 아귈라 교사의 학급보다 약간 성적이 높았지만 학년 말에는 스미스 교사의 학급이 훨씬 뒤처졌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로스앤젤레스통합교육구(LAUSD)에 소속된 초등학생들의 영어와 수학 성적을 7년 동안 분석한 결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교사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신문은 ‘부가가치분석(Value added analysis)’이라는 통계기법을 이용해 학생들의 매 학년 초 성적과 매 학년 말 성적을 비교해 교사들을 평가했다. 이 신문은 초등학교 3∼5학년 교사 6000명을 대상으로 실력을 평가하고 이달 말 이 내용을 온라인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 신문의 조사 결과 실력이 상위 10% 안에 드는 교사로부터 수업을 받은 학생의 경우 실력이 하위 10%인 교사에게 배운 학생보다 영어는 17%포인트, 수학은 25%포인트가 더 높았다.
또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실력이 뛰어난 교사는 부유한 계층이 사는 학교에 몰려있지 않았고 여러 학교에 흩어져 있었다. 같은 학교 내에서 실력 있는 교사와 실력 없는 교사의 차이는 뚜렷했다. 신문은 학교를 잘 선택하는 것보다 어떤 선생을 만나느냐가 3배나 더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이 교사평가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밝히자 회원이 4만 명인 로스앤젤레스교사노조는 신문 불매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A J 더피 교사노조위원장은 “자료 공개는 위험하고 무책임할 뿐 아니라 교사 직분에 대한 공격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안 덩컨 교육장관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교사가 얼마나 잘 가르치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밝혀 자료 공개를 지지했다.
워싱턴 공립학교의 교육개혁을 이끌고 있는 미셸 리 워싱턴교육감은 최근 업무평가에서 부진한 교사 26명을 해고했지만 평가 자료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리 교육감은 “자료가 공개되면 학부모들이 혼란에 빠질 것이며 실력이 뛰어난 교사를 어디에 배치할 것이냐는 문제가 생긴다”며 “하지만 교육개혁을 위해선 중요한 압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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