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장강도 ‘핑크팬서’단원 日 이송 대작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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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송 도중 습격 당할라” 항공편 변경-헬기 엄호

국제 무장강도조직 ‘핑크팬서’의 조직원이 14일 스페인에서 일본 도쿄로 압송되는 과정은 철통경비 속에 이뤄졌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일본과 프랑스 스페인의 경찰이 총동원된 ‘국제적 죄수 수송작전’은 △탑승 항공편 막판 변경 △헬기 엄호 △방탄방패 경비 등을 거쳐 완벽하게 마무리됐다.

이번에 압송된 범인은 2007년 6월 도쿄 중심가 긴자(銀座)의 유명 귀금속점에 침입해 왕관형 머리장식 등 시가 2억8400만 엔(약 39억 원)어치의 보석을 털어 달아났던 범인 2명 중 한 명으로 몬테네그로 국적의 42세 남성이다. 당시 폐쇄회로(CC)TV 화면을 분석한 결과 범인들은 32초 만에 범행을 끝내고 사라져 경찰을 경악하게 했다. 범인은 지난해 3월 키프로스에서 체포된 후 스페인 강도사건에 관여한 혐의가 드러나 스페인으로 이송돼 복역해왔다.

핑크팬서 조직원들은 2005년 10월 프랑스의 한 형무소를 무장 급습해 동료들을 탈옥시키는 등 4차례 조직원 탈옥 사건을 벌인 적이 있다. 이 때문에 범인 수송 과정에서 핑크팬서의 무장 습격을 피하기 위해 스페인과 프랑스 일본의 무장경찰, 국제형사경찰기구(ICPO), 핑크팬서 전담수사관 등이 총출동했다. 프랑스 경찰이 동원된 것은 비행기가 프랑스를 경유했기 때문.

압송 도중 항공기 납치를 차단하기 위해 전담 수사관들이 승객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모자라 ‘압송 비행기’를 당초 예정됐던 항공편보다 3시간 전의 비행기로 전격 교체하기도 했다. 도쿄 경찰청은 범인 수송을 위해 조직범죄대책부장을 책임자로 하는 ‘특별대책반’을 설치하는 등 만전을 기했다. 14일 오후 범인이 도쿄 나리타(成田) 공항에 도착하자 10여 명의 무장경찰이 에워쌌고, 이송 중에는 경찰기동대 차량 여러 대가 앞뒤로 경비를 펼쳤다. 공중에서는 경찰 헬기가 줄곧 엄호하는 가운데 범인을 태운 차량의 수사관들은 총격을 피하기 위해 방탄 방패로 범인을 둘러쌌다.

범인은 경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 핑크팬서 ::

옛 유고슬라비아의 민병대 출신 등 150∼300명으로 구성된 국제 무장범죄조직으로 유럽 등 28개국에서 범죄를 저질러왔다. 언론에 따르면 1999년 이래 강탈한 금품 규모는 350억 엔(약 4800억 원)을 넘는다. 2003년 영국 런던 경찰이 보석 강도사건에 관여한 조직원의 집을 수색했을 때 세면대의 화장품 병에서 랩에 싸인 다이아몬드가 발견됐는데, 이 수법이 영화 ‘핑크팬서’에 나오는 것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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