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 헬기유람, 한국정부가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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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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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나카이 공안위장 밝혀… 국정원 “우린 요청 안해”

일본의 나카이 히로시(中井洽) 공안위원장(사진)이 대한항공 858기 폭파범 김현희 씨의 헬리콥터 유람 논란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나카이 위원장은 3일 오전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자민당의 히라사와 가쓰에이(平澤勝榮)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김 씨의 헬리콥터 탑승과 관련해 “한국 측의 요청을 받아들인 유람여행이었다”고 답했다. (김 씨의 방일과 관련해) 한국 측으로부터 이런저런 조건과 요구가 있었고, 김 씨를 어느 곳이라도 좋으니 관광여행을 시켜줬으면 좋겠다는 (한국 정부의) 요청이 있었다는 것이다.

나카이 위원장은 “김 씨가 영원히 아무 곳도 관광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디선가 만족시켜주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김 씨가 방일한 지난달 22일 나가노(長野) 현 가루이자와(輕井澤)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 별장에서 도쿄시내 호텔까지 헬리콥터로 이동시켰다. 일본 측은 경호상의 이유를 들었지만 10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40여 분이나 걸려 도쿄의 주요 관광포인트를 유람했다. 관광헬기 탑승의 경우 시간당 비용이 약 87만 엔(약 1180만 원)에 이른다. 일본 정부는 이 밖에도 김 씨가 머물렀던 지난달 20일부터 23일까지 3박 4일 동안 국빈급 대우를 해 국민의 반발을 샀다. 한국과 일본 왕복에 1000만 엔이 넘게 들어가는 전세기를 띄우고, 전 총리의 별장과 도쿄의 최고급 호텔을 숙박 장소로 제공하는 등 격에 맞지 않는 대우를 했다는 것이다. 언론사마다 일본 정부가 김 씨에게 쓴 경비 추정액은 달랐지만 산케이신문이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총지출은 약 3000만 엔으로 황장엽 씨 방일 때의 3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가정보원은 이날 김 씨의 일본 내 ‘헬기 유람’을 한국 정부가 요청했다는 나카이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국정원이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다른 정부 소식통도 “우리 정부가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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