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맛 본 간 큰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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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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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간 총리 ‘소비세 인상 제기 성급’ 사과
여론 역풍에 주춤… “증세땐 성장에 사용”

‘내가 너무 앞서 갔나….’

지난달 초 총리 취임 일성으로 ‘소비세 증세를 통한 큰 정부’를 의욕적으로 밀어붙였던 간 나오토(菅直人·사진) 일본 총리가 참의원선거를 앞두고 ‘자숙 모드’로 돌아섰다. 소비세 인상 논의에 대해 비판적 여론이 힘을 얻어가자 자세를 급히 낮춘 모양새다. 당초 소비세 인상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던 야당도 조용히 발을 빼는 듯한 분위기다.

간 총리는 6일 저녁 8개 야당 당수와의 TV토론회에서 소비세 문제와 관련해 “(국민에게) 당돌하게 받아들여진 데 대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소비세 인상 논의를 성급히 꺼내 여론이 악화된 데 대해 우회적으로 사과한 것이다.

그는 또 “소비세는 기본적으로 사회보장 재원이라고 생각하지만 현행 5%에서 10%로 인상하면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분야에 우선 사용하겠다”며 “세금 사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싶다”고 덧붙였다. 7일 마이니치신문은 간 총리의 이날 발언을 “소비세를 기초연금 노인의료 노인요양 등에 쓰도록 한 현재의 예산총칙을 탄력적으로 바꾸겠다”는 의미로 풀이했다.

간 총리는 취임 당시 정부가 세금을 더 많이 거둬 사회복지를 확충하는 이른바 ‘강한 경제, 강한 재정, 강한 사회보장’을 주창했다. 하지만 소비세 증세 문제 제기로 민심이 좋지 않은 데다 정부의 역할이 커지는 데 대한 회의론이 일자 고민에 빠졌다. 실제로 아사히신문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정권 출범 직후 60%에 이르렀던 내각 지지율은 최근 39%까지 추락했다.

소비세 증세 논의가 여론의 외면을 받고 급기야 표심 이탈로 이어지자 소비세 인상 논의의 진원지인 야당 자민당도 한발 물러섰다.

간 총리가 당수토론회에서 야당 당수들에게 “책임을 가진 정당이라면 소비세 증세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압박하자 자민당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총재는 “증세가 선심성 재원 마련 수단이 되는 것은 곤란하다”며 선을 그었다. 민주당과 연립정권을 이루고 있는 국민신당 역시 증세보다는 경기회복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증세를 통한 재정건전화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일본 경제계도 “간 총리의 소비세 증세 논의는 앞뒤가 바뀌었다”며 비판한다. 경제동우회의 사쿠라이 마사미쓰(櫻井正光) 대표간사는 “증세는 사회보장제도 개혁이나 재정 재건 등 용도에 대한 논의가 우선 돼야 하는데 세율을 미리 정해놓고 증세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번번이 역대 정권의 발목을 잡아온 소비세 인상 논의가 이번 참의원선거에서도 ‘태풍의 눈’으로 변해가는 분위기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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