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문민통제 훼손 군인 용납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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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극상 파문’ 매크리스털 해임… 후임에 퍼트레이어스 중부군사령관 지명
아프간작전 당분간 차질 불가피

15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지만 대통령과의 면담은 채 30분이 되지 않았다. 면담 결과는 ‘아웃’이었다. 23일(현지 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만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간주둔군사령관의 면담은 짧고도 간단했다. 문제가 된 잡지 ‘롤링스톤’ 기사를 놓고 얘기한 뒤 오바마 대통령은 매크리스털 사령관을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대통령의 표정은 슬퍼 보였지만 결정은 단호했다. 대통령과의 짧은 면담 끝에 매크리스털 사령관은 백악관 웨스트윙 옆문을 빠져나갔다.

면담이 끝난 후 오바마 대통령은 바로 국가안보팀 수뇌부를 오벌오피스로 소집했다.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 람 이매뉴얼 비서실장, 제임스 존스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클 멀린 합참의장,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속속 들어왔다. 회의는 45분 동안 이어졌다. 이제 뭘 해야 할지, 매크리스털 사령관 후임으로 누구를 지목할지를 놓고 토론이 벌어졌다. 여기서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미 중부군사령관(57·대장)이 지명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게이츠 장관과 면담하면서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을 추천받았다. 국가안보팀 수뇌부와의 회의 후 오바마 대통령은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을 오벌오피스로 불러 40분 동안 면담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매크리스털 사령관 교체 사실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매우 유감스럽지만 아프간에서의 임무, 우리 군, 우리나라를 위한 올바른 결정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형식상으로는 매크리스털 사령관의 사의를 수용하는 식이었지만 사실은 경질이었다. 오바마 대통령과 국가안보팀 멤버들을 비판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교체 배경에 대해 “아프간 전략에 대한 정책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고 개인적 모욕감에서 내린 결정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보도된 기사에서 표출된 행동은 민주주의 시스템의 핵심인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훼손했고, 또 아프간에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 팀이 함께 일하는 데 필요한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아프간주둔군사령관 교체가 아프간 정책의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혀 기존의 아프간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 대통령은 (내년 7월로 예정된) 아프간 철군 일정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해온 퍼트레이어스를 새 아프간사령관으로 받아들였다”며 아프간 출구전략이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또 9년을 끌어온 아프간전의 전황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국가안보팀의 내홍이 불거지면서 아프간 작전의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달 아프간에서 숨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연합군 사망자는 79명으로 아프간전 개전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고 분쟁지역 사망자 통계사이트 ‘아이캐주얼티’(icasualties.org)가 집계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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